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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드디어 베일 벗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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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함께 하는 남북 단일팀은 어떤 모습일까.

남북 단일팀이 마침내 세상에 공개된다. 새러 머리 감독이 이끄는 남북 단일팀은 4일 인천선학국제빙상장에서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른다. 남북 단일팀 결성 후 처음으로 갖는 공식 경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한 평가전이지만, 남북 단일팀의 모습을 처음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남북 단일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핫한 이슈다. 30일 방한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연일 단일팀에 대한 언급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평가전을 앞두고 국내 취재진 뿐만 아니라 외신들의 쏟아지는 취재요청 때문에 현장 취재 인원을 제한하기도 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경기는 경기다. 남북 단일팀이 보여줄 경기력에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준비 시간은 예상대로 짧았다. 남북 단일팀은 지난 25일에서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박철호 감독과 12명의 선수들은 입경 후 곧바로 진천선수촌으로 내려왔다. 28일에서야 합동훈련에 들어갔다. 실질적으로 평가전까지 함께 발을 맞춘 시간은 일주일 밖에 되지 않는다. 팀워크가 중요하고, 전술이 복잡한 아이스하키라는 종목 특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다행히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서먹했던 분위기는 금세 풀렸다.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아 벌써 언니, 동생 하면서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다. 머리 감독은 '남남북남남북' 순으로 라커를 배정해 선수들의 빠른 화합을 유도했다. 선수들은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며 빠르게 가까워졌다. 지난달 28일과 29일에는 북한의 진 옥과 최은경의 깜짝 생일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링크 밖에서부터 시작된 훈풍은 훈련으로 이어졌다. 조직력 극대화를 위해 한국 선수 2명 당 북한 선수 1명을 붙여 훈련을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훈련 작전 용어와 지도 체계가 달라 북한 선수들이 이해하지 못할 때는 한국 선수들이 곧바로 북한 선수들에게 달려가 1대1로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박철호 코치와 기존 남한 코칭스태프간의 호흡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생각보다 빠르게 팀이 안정을 찾아가자 머리 감독은 최적의 조합을 찾는데에 집중하고 있다. 머리 감독은 평창올림픽에서 매 경기 북한 선수 12명 가운데 3명을 출전시켜야 한다. 머리 감독은 28일 합동훈련 때부터 각 라인에 북한 선수 1~2명을 포함시키고 있다. 처음 훈련을 한 28일부터 계속해서 35명의 선수들을 고르게 섞어 다양한 조합을 실험 중이다. 당초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3명을 4라인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머리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몇 년 동안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북한 선수들은 1~3라인보다 4라인에 배치시킬 것을 고려 중"이라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습과정과 분위기를 보면 바뀔 여지도 있다. 북한 선수들의 실력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기 때문. 단일팀 자체 경기에서도 북한 선수들이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머리 감독도 북한 선수들의 빠른 전술 이해도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비 위주로 올 것으로 보였던 북한 선수단에 공격수가 더 많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단 단일팀의 라인업은 당일이 되서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인천선학빙상장에서 캐나다의 연습경기를 관전하던 단일팀 공격수 한수진은 "어떻게 라인을 구성할지는 머리 감독만이 알고 있다. 4일 평가전을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어떤 조합으로 나서든, 공격적인 스케이팅을 강조하는 머리 감독의 스타일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머리 감독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빠르고, 공격적인 하키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아직 전술을 완벽히 숙지하고 있지 못한 만큼 완패를 당할 수도 있다. 아이스하키는 각 라인의 선수별로 기본 임무를 해줘야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있다. 이를 모두 숙지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남북 단일팀은 스웨덴전을 치른 후 곧바로 강릉으로 이동해 선수촌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베일을 벗는 단일팀, 평창을 향한 시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