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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人터뷰]유승민 촌장"88꿈나무 소년이 평창선수촌장이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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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선수촌이 공식개촌하는 1일, 유승민 평창선수촌장(IOC선수위원)의 발걸음은 해가 뜨지도 않은 오전 7시부터 분주했다.

유 촌장의 6번째 올림픽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첫 참가해, 2004년 아테네에서 금메달, 2008년 베이징에서 동메달, 2012년 런던에서 은메달을 땄다. 선수로서 무려 4번의 올림픽을 경험했고, 2016년 리우에서 IOC선수위원에 당선됐다. 2018년 평창에서 그는 '최연소 선수촌장'이다. 열여덟 소년이 서른여섯 청년이 된 세월, 올림픽의 역사와 함께 선수로서, 행정가로서 의미 있는 성장을 거듭해 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탁구 챔피언 출신인 그는 리우올림픽 현장에서 하루 3만보를 걷는 열정과 뚝심 하나로 기적처럼 IOC선수위원에 당선됐다. 발로 뛰는 일이라면 따를 자가 없다. 이날도 7시30분 각국 선수단장 미팅을 마친 후 통역 자원봉사자, 현장 스태프들을 잇달아 만나고, 예정된 개촌식 일정을 꼼꼼히 체크했다. 개촌 첫날에는 한국, 미국, 일본, 스웨덴, 캐나다 등 22개국 선수단 492명이 평창(223명)과 강릉(269명)에 입촌할 예정이다. 평창선수촌에는 설상, 썰매 종목 선수들이 입촌한다.

유 촌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보면서 꿈을 키운 소년이 여기까지 왔다.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루고, 30년 후 열리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선수촌장이 됐다"고 돌아봤다. "촌장의 중임을 맡겨주신 평창조직위, 정부, 열심히 서포트해주시는 IOC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선수촌을 둘러본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올림픽 챔피언 출신 '메이어(Mayer, 촌장)'라서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챙길 것"이라고 덕담했다.

유 촌장은 "아주 짧은 시일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여태까지 한번도 편안한 자리는 없었지만, 이 자리는 더욱 편안할 수 없고, 편안해서는 안되는 자리"라고 했다." IOC위원이 된 이후 스스로 많은 준비를 했다. 우리나라 평창에서 하는 올림픽인 만큼 더 큰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유 촌장은 지난 26일 일찌감치 입촌했다. 미리 살펴본 평창선수촌의 장점에 대해 "추운 날씨에 선수들을 배려한 동선이 매우 좋다. 아파트에서 나와서 차를 타거나, 올림픽플라자로 이동할 때 어디서든 5분이면 족하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좋은 배치, 좋은 동선"이라면서 아파트 강국답게 숙소 시설도 훌륭하다. 선수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평창올림픽 기간 내내 낯선 땅에서 따뜻한 집 역할을 할 선수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 촌장은 "선수들이 시합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숙소다. 잠을 푹 자야 되고 잘 쉬어야 편안한 마음으로 100%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선수위원장으로 IOC선수위원회 멤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 촌장의 가장 큰 관심은 언제나 '선수들'이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급하게 추진될 당시 유일하게 "당사자인 우리 선수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IOC가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승인한 후 유 촌장은 결전을 앞둔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결정이 된 만큼 더 이상 소모적인 논란보다는 선수들이 집중하게끔 주위에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선수들이 최고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힘을 하나로 모아서 응원할 때"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개막에 맞춰 선수들을 위한 '애슬리트365(athlete365, 선수365, www.olympic.org/athlete365)' 모바일 앱도 론칭했다. IOC선수위원들이 수차례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로, 전세계 선수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공간이다. 유 위원은 "한마디로 선수들을 위한 IOC 통합 홈페이지다. 학습정보, 도핑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평창선수촌 내에 '셀카'를 찍을 수 있는 부스도 만들었다"고 적극 홍보에 나섰다.

현역 IOC선수위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최연소 촌장'은 젊고 열정적이고 스마트하다. "사실 선수들은 올림픽선수촌장을 잘 알지 못한다. 주로 임원들, 내빈들, 각 NOC 단장들의 의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선수촌의 주인은 선수들이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선수들이 선수촌장과 소통이 잘 됐다, 편안하게 잘 지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했다.

리우에서 IOC위원 유세를 한 경험은 선수촌장 활동에도 힘이 된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가는 곳마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촌장실의 의전 담당 통역 자원봉사자들은 "촌장님은 정말 소탈하고 따뜻하시다. 아침마다 각 나라 말로 인사를 건네신다. 격의없이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며 이구동성 찬사를 보냈다.

유 촌장은 추운 날씨, 선수촌 곳곳에서 자신의 소임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이들에게 오히려 감사를 전했다. "현장에 와보니 조직위 스태프들, 자원봉사자들이 너무 고생하신다. 나보다 훨씬 훌륭한 일들을 하고 계신 분들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감사하다. 춥고 힘든 환경에서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헌신하고 계신 이분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했다. "나도 이들과 함께 발로 뛰겠다.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올림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빛나는 메달리스트뿐 아니라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향한 아낌없는 응원도 당부했다. "평창에는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처럼 특징을 가진 선수들도 많이 있다. 나이지리아, 에리트레아, 에콰도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코소보는 동계올림픽 첫 참가라고 한다. 우리 선배들도 그런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이들이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치르게 된, 대한민국을 보고 좋은 영감을 받으면 좋겠다. 평창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