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후반기로 향하는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시즌 초반 역대급 혼전 양상도 잠시, 순위 구도는 또렷해졌다. 현대캐피탈이 치고 올라갔다. 그 뒤를 삼성화재가 추격하는 형세.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OK저축은행은 최하위인 7위에 머무르고 있다.
시즌 개막 전 '우승 후보'로 꼽혔던 대한항공과 '다크호스'로 꼽혔던 우리카드는 기대 이하의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올스타전 휴식기 후 접어든 5라운드, 대한항공과 우리카드가 불을 뿜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4일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대0(25-19, 25-18, 25-17)으로 완파한 데 이어 27일엔 '1강' 현대캐피탈 마저 3대0(27-25, 25-19, 25-20)으로 제압했다. 리그 최강 두 팀을 상대로 한 기분 좋은 연속 완승이다.
기존 주포 가스파리니의 파괴력에 정지석이 가세하고, 여기에 곽승석 진상헌까지 힘을 보태며 공격력이 배가됐다. 더 중요한 건 수비. 리베로 정성민이 안정적인 리시브와 디그로 대한항공 공격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정지석 역시 부쩍 안정을 찾은 모습. 정지석은 현대캐피탈전 17번의 리시브 중 11개를, 15번의 디그 중 14개를 성공시켰다. 14개 디그 중 7개는 매우 뛰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코트의 사령관' 세터 한선수의 경기 운영도 빛을 발하고 있다. 한선수는 현대캐피탈전 총 74개의 세트 중 47개를 성공시켰고, 이 중 매우 뛰어난 세트는 22개에 달했다. 맞대결을 펼친 노재욱(세트 58개 중 28개 성공·뛰어난 세트 14개)을 압도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도 "서브 리시브도 안정되고, 모든 선수들이 잘 해줬지만, 그 중에서도 한선수에게 공을 돌려야 할 것 같다"며 "높이가 좋은 현대캐피타를 상대로 과감하게 속공 활용하는 토스를 할 선수는 많지 않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을 정도.
우리카드의 기세도 대한항공 못지 않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26일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대0(25-22, 25-20, 25-14)으로 꺾은 뒤 30일엔 KB손해보험까지 3대0(25-17, 25-20, 25-19)으로 눌렀다. 레프트 최홍석의 활약이 돋보인다. 최홍석은 KB손해보험전서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총 13득점을 올렸다. 파다르(17득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이다. 최홍석은 한국전력전에서도 16득점을 때려 넣으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관심을 끄는 건 최홍석의 공격점유율. 최홍석은 KB손해보험전에서 36.23%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파다르(34.78%)보다 높은 수치. 공격 효율(최홍석 20%, 파다르 29.17%)은 다소 아쉬웠지만, KB손해보험을 공략하기엔 충분했다. 그간 우리카드는 파다르 '원맨팀'으로 불렸다. 파다르 의존도가 높다는 뜻으로, 상대에게 공격 루트를 쉽게 읽힐 수 있다는 단점이었다. 하지만 최홍석의 약진과 함께 이젠 우리카드가 꺼내들 수 있는 패가 늘었다. 부쩍 올라온 최홍석의 경기력에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도 기대를 걸고 있다. 김 감독은 "최홍석의 공격 성공률이 나쁘지 않다. 점수를 내야 할 상황에서 잘 해주고 있다"며 "최홍석을 믿고 간다"고 했다.
리그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불을 뿜고 있는 대한항공과 우리카드. 대한항공은 1일 최하위 OK저축은행을 상대로 승점 사냥에 나선다. 우리카드는 2일 올 시즌 단 한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삼성화재를 만난다. 과연 두 팀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봄배구를 달굴 반전의 팀으로 꼽히는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행보에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