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유희관은 지난 시즌 분명 아쉬움이 남는 한 해를 보냈다.
시즌 성적은 11승6패 평균자책점 4.53. 그가 1군에서 자리를 잡은 2013시즌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평균자책점도 가장 높고, 승운도 11승을 수확하는데 그쳤다. 특히 8월부터 9월초까지 등판한 6경기에서 승리 없이 4연패에 빠진 기간이 치명타였다. 당시 부진과 불운이 겹치면서 뜻하지 않은 슬럼프 시기를 겪었다.
지난 시즌 연봉이 5억원까지 올랐던 유희관은 두산 투수진 가운데 비 FA(자유계약선수) 최고연봉자다. 어린 투수들이 많은 두산의 특성상 그의 책임감이 막중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26일 발표된 2018시즌 연봉 계약 현황에서 유희관은 주요 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동결이 됐다. 지난 시즌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연봉으로 반영이 됐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연봉의 액수를 떠나, 두산 선발진에서 유희관이 해야할 역할은 다가올 시즌에도 무척 크다. 두산이 꾸준히 우승에 근접할 수 있는 성적을 내는 원동력은 '판타스틱4'라고 불리는 강한 선발진 덕분이다. 올 시즌에는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교체됐기 때문에 변수가 크다. 또 지난해 5선발로 쏠쏠한 역할을 해준 함덕주도 1군 풀타임 2번째 시즌이기 때문에 아직 안정기라고 보기는 힘들다. 자연스럽게 유희관과 장원준에게 무게가 쏠리는 까닭이다.
물론 유희관의 최대 강점은 이탈 없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해준다는 것이다. 유희관은 최근 4년 연속 170이닝 이상, 3년 연속 180이닝 이상을 던졌다. 꾸준함만 놓고 치면 리그 최고급이다. 선발 투수의 최대 덕목으로 꼽히는 이닝 소화력이 워낙 좋기 때문에, 설령 흔들리는 경기가 나와도 5이닝 이상 막아준다는 신뢰가 생긴다.
매우 큰 장점이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다음을 계산할 수 있는 투수이기 때문에 꾸준한 기대치가 있다.
올해가 유희관의 1군 풀타임 6번째 시즌이다. 강속구형 투수는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의 생존법을 터득한지 오래다. 동결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쨌든 새 시즌에도 그가 기둥 역할을 해줘야한다는 것은 틀림없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