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7번째 연출작인 '옥자'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 부문 최종 후보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오는 3월 4일(이하 현지시각) 열리는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 앞서 아카데미 측은 23일 오전 8시 22분께(한국시각으로는 23일 오후 10시 22분) 공식 홈페이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를 발표했다.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 발표는 지난해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새 회장으로 선출된 존 베일리 촬영감독의 오프닝으로 시작됐고 후보 발표는 앤디 서키스·티파니 하디쉬의 진행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의 발표 중 시각효과(Visual Effects) 부문에는 지난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1차 후보로 발표되면서 한국 영화사(史)에 또 하나의 족적을 남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최종 명단에서 '옥자'는 호명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전 세계 동시 개봉한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미자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안서현, 릴리 콜린스, 변희봉,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스티븐 연 등이 가세했고 '설국열차' '마더'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무엇보다 '옥자'는 미국 회사인 넷플릭스가 100% 출자한 영화,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개봉했다. 특별히 국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제안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 개봉을 동시에 선택하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런 행보가 극장 시스템에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극장 생태계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국내 멀티플렉스들이 '옥자'를 보이콧했고 여러 잡음을 낳았다. 물론 이 논란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앞서 세계 3대 영화제인 제70회 칸국제영화제를 흔들기도 했다.
이렇듯 지난해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됐던 '옥자'였지만 작품성만큼은 전 세계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 베벌리 시네마 극장에서 35mm 필름 프린트 버전을 상영,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했고 SNS를 통해 전 세계 비건(엄격한 채식주의자) 운동을 일으키는 등 관객으로부터 뜨거운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이런 반응 때문인지 미국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오래전부터 '옥자'를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 후보로 언급했지만 쟁쟁한 후보 때문인지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실제로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해 12월 각 부문의 1차 후보 라인업을 공개했는데, 특히 국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미국영화 '옥자'가 시각효과 부문 1차 후보에 올라 많은 기대를 모았다. 발표한 시각효과 부문 1차 후보로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라이언 존슨 감독),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제임스 건 감독) '블레이드 러너 2049'(드니 빌뇌브 감독) '혹성탈출: 종의 전쟁'(맷 리브스 감독) '콩: 스컬 아일랜드'(조던 북트-로버츠 감독) '에이리언: 커버넌트'(리들리 스콧 감독)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뤽 베송 감독)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덩케르크'(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그리고 '옥자' 등 10편의 작품이 선정된 것. 이 중 '블레이드 러너 2049'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콩: 스컬 아일랜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혹성탈출: 종의 전쟁'까지 총 5편의 최종 후보가 결정돼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한 후보로 경쟁을 펼치게 됐다. 5편 모두 시각효과 부문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드러낸 블록버스터다.
이렇듯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 부문 최종 후보에서 고배를 마시게 된 '옥자'. 당초 '옥자'가 최종 후보에 오를 경우 '옥자'의 미국 시각효과 팀인 메소드 스튜디오의 에릭 드 보어·스티븐 클리, 그리고 한국 시각효과 팀인 포스 크리에이티브 파티의 이전형 대표·김준형 슈퍼바이저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아쉽게도 올해엔 한국 영화인들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한국인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은 2005년 열린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박세종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축!생일'(단편애니메이션 부문)이, 2013년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민규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아담과 개'(단편애니메이션 부문)가, 2016년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유스'(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조수미(주제가상 부문) 등. 아쉽게도 다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번째 한국영화의 기록을 기대해볼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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