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트레이드는 규정의 허점을 노린 꼼수다.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계약 전 사전 합의도 결국 지출을 줄이려는 작전이다.
'FA(자유계약선수) 미아' 위기에 처했던 내야수 채태인이 고향팀 롯데로 팀을 옮겼다. 이제 마음 편하게 새 시즌을 위한 준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채태인이 팀을 옮기게 된 과정은 조금 찝찝함이 남는다.
롯데와 넥센은 사인&트레이드로 사실상 선수 맞교환을 했다. 모양상으로는 채태인이 넥센과 1+1년 10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롯데의 어린 좌완 투수 박성민과 1:1 트레이드를 단행했지만, 이미 그전에 구단간의 합의를 끝내놓은 상황이었다. 원래 사인&트레이드의 정상적인 개념은 구단이 선수와 계약을 마친 후에 다른 구단들과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봐야 한다. 하지만 사인&트레이드가 활성화 된 농구도 마찬가지고, 이번 채태인 케이스도 규정을 교묘히 피해가는 꼼수에 가깝다.
롯데가 채태인을 필요로 했다면, 이미 FA 신분이니 그냥 계약을 맺으면 된다. 하지만 이런 묘안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보상금 문제다. 넥센은 일찌감치 '채태인이 타 구단과 FA 계약을 맺을 경우 보상 선수를 받지 않겠다'는 공언을 해놓았다. 때문에 보상 선수를 내줄 필요는 없지만, 대신 보상금으로 전해 연봉 300%에 해당하는 9억원을 줘야한다. 롯데가 이 지출이 부담스러웠다는 이유밖에 없다.
두 구단의 합의가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넥센도 박병호까지 돌아온 상황에서 굳이 채태인과 계약을 맺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선수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이런 방법이라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롯데 역시 지출을 최소화해 1군 자원을 '플러스' 했으니, 유망주 좌완 투수를 내줬다 하더라도 당장 큰 손해는 아니다.
다만 굳이 이런 우회 작전을 쓸 수밖에 없는 FA 제도적 문제는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국 30대 중후반의 베테랑 선수를 영입할때 보상금, 보상 선수 제도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구단들도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 FA 등급제에 대해 검토해보고는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다. 언제쯤 규정이 손질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번 겨울, 유독 베테랑 선수들에게 'FA 한파'가 몰아치면서 해가 넘기도록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채태인 케이스는 FA 규정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뒷받침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