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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밥상 인터뷰] KIA 조계현 단장 "김기태 감독과 참 많이 싸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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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으로 시작해 화려하게 끝났다. 2017년은 KIA 타이거즈의 해였다. 타이거즈는 8년 먼에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고, 김기태 감독은 부임 3년 만에 우승 감독이 됐다. 현역 시절을 포함해 단 한 번도 못 해본 '우승 한(恨)'을 풀었다. 김 감독과 KIA 구단 프런트, 양현종 등 선수들은 연말 시상식장에서 바빴다.

분주했던 건 이들 뿐만이 아니다. 조계현 신임 단장(53)도 새 업무에 적응하랴, 새 명함을 들고 인사하랴 정신 없는 연말을 보내고 있다. 불과 한달 전까지 수석코치로 김 감독을 보좌했던 조 단장은 이제 프런트의 수장으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예전이었다면 가족들과 쉬고 있었을텐데 올해는 '일복'이 터진 것 같다"며 껄껄 웃는 조 단장을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마주했다. 조 단장은 "서울에서 급한 일을 마무리짓고 빨리 광주에 내려가 FA 선수들과 직접 대화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아이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깜짝 인사였다. 언질이 있었나.

▶현장 욕심이 많아 그런 생각은 못 해보고 살았다. 예전과 달리 현장 출신이 프런트에 많이 들어가 있는데,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행정적인 공부를 해야겠지만, 프런트도 현장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소통이 잘 될 것이라 기대된다.

-단장이 됐다는 걸 언제 실감했나.

▶시상식을 정말 많이 다녔다. 꽃다발 전달하러 가장 많이 올라간 것 같다.(웃음) 또 앉아있으면 주위에서 계속 인사를 하러 온다. 그게 가장 달라진 것 같다. 수석코치 땐 시상식에 전혀 안 갔으니까.

-단장이 됐으니 현장과의 소통 방식도 고민해야 할 것 같은데.

▶허영택 대표(전 단장)는 가끔 경기 전에 내려와서 김기태 감독과 간단히 티타임하며 이야기 나누시고, 코치실에 와서 인사하고 올라가시는 정도였다. 현장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다만 가끔 선수들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생기면 몇가지 물어보시는 정도였다. 현장 출신인 내가 단장이 됐다고 해도 원래 KIA 색깔대로 가야한다. 다른 팀들을 따라가려고만 하면 안 된다. 지금 그렇게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팔색조에서 수장으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단장

-늘 벤치에서 경기를 보다가 이제는 다른 곳에서 야구를 봐야 한다. 어색하지 않을까.

▶아직 경험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 한번 보면 실감이 날 것 같다. 아마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내가 인간적으로 더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웃음)

-선수로 처음 뛰었던 팀에 단장이 됐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단장이다. 프로 입문 이후 28년 만의 일인데.

▶일복이 참 많다. 아마추어 때도 초-중-고-대에 실업야구까지 다 거쳤고, 코치도 다양하게 했다. 내가 처음 맡았던 코치 보직이 '전령 코치'였다. 말 그대로 '메신저'다. 더그아웃과 불펜을 왔다갔다하는 일이었다.(웃음) 당시 김성한 감독이었는데, 감독님이 투수 코치에게 다음 투수 준비시키라고 하면 내가 얼른 불펜에 뛰어가서 알리는 역할이었다. KIA에서 처음으로 만든 보직이었고, 나 이후에 없어졌다.(웃음) 당시 삼성 코치였던 류중일(LG 감독) 형님이 "너는 왜 그렇게 정신 없이 뛰어 다니냐?"고 물어보길래 "형. 나 전령이야"라고 답해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시작했다. 여러 보직을 거쳤고, 대표팀 코치에 수석코치도 오래했으니 일복이 많다.

-단장으로서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수석코치 때도 김 감독과 육성 얘기를 많이 했다. 물론 팀 전력이 안 잡혀있을 때는 성적을 내야하기 때문에 육성이 어렵다. 어느 정도 잡히면 육성을 해야한다. 외부 영입은 한계가 있다. 선수 육성에 집중해 계속 좋은 선수를 길러내는 게 목표다.

-사실 육성에 대한 팀 기조는 다른 팀들도 비슷하다.

▶박흥식 2군 감독과도 이야기를 깊이 나눌 생각이다. 1군과 2군의 교감이 굉장히 중요하다. 1군의 취약 포지션이나 대비할 수 있는 전력이 2군에서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어야 팀이 잘 굴러간다. 단장이라고 해서 월권을 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김 감독과 오래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있으니 그게 장점인 것 같다. 앞으로 2군 감독과 각 부문 팀장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서로 소통하면 KIA는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 고참 선수들의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와줘야 선순환이 된다. 예전에는 화수분 야구라고 해서 따로 '팜'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화수분은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한다.

◇영혼의 콤비, 김기태 감독

-그러고보니 김 감독과의 관계가 역전됐다.(조 단장이 김 감독보다 5살 많은 선배지만, 그동안은 수석코치로 보좌하는 입장이었다)

▶서열상 그렇게 되나.(웃음) 부임 첫날 날 보자마자 김 감독이 "단장님, 잘 부탁합니다!"하고 넙죽 인사하더라. 수석코치일 때도 단 둘이 있을 때는 편하게 했다. 감 감독은 내게 사석에서 '형님'이라고 했고, "사석에서는 말 편하게 하세요"라고 했는데 거절했다. 이유가 있다. 둘이 있을 때 편하게 지내다가 습관이 들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실수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마음은 정말 편하게 대할테니 이대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싸울 때는 '아우님'이라 부르며 인정사정 없이 들어갔다.(웃음)

-김기태-조계현 콤비도 싸우나. 놀랍다.

▶정말 많이 싸웠다.(웃음) 감독이랑 수석코치랑 안 싸울 수가 있나. LG 때부터 많이 싸웠다. 그렇게 안 보이죠? 선수 2군 가는 문제, 오는 문제로도 충돌할 때가 있었다. 내가 다른 코치들 이야기를 듣고, 이건 무조건 맞다 싶으면 감독을 설득했다. 기분 안 나쁘게. 그러면 또 잘 받아준다.(웃음)

-김 감독이 워낙 '열혈남아' 스타일이라 옆에서 화들짝 놀랄 때도 있었을 것 같다.

▶사람 다 그렇지 않나. 그래도 김 감독 좋은 게 뭐냐면, '욱' 했다가 금방 죽는다. 밤 지나면 다 잊어버리고.(웃음) 가끔 내가 '이건 아니다' 싶은 게 있으면 경기 끝나고 둘이 술 한잔 하다가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감독님, 이건 이렇게 하셔야 합니다"하고 말한다. 처음에는 김 감독도 붉으락푸르락한다. 그러면 내가 삐친다. 그러면 내 눈치를 보면서 "형님 알아서 하세요"하고 풀어진다. 우리는 이런 관계다.(웃음)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나면 숙소에서 조용히 술 한잔 하는 것을 즐기는데, 늘 함께 했다고 들었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고민이 많다보니 한잔 하고 푹 자려고 마시는 거다. LG에 있을 때는 거의 매일 둘이 마셨고, KIA 첫해에도 거의 매일 마셨다. 두번째 해부터는 내가 체력이 달리더라. 그래서 조금 줄였다. 그랬더니 김 감독이 삐친 것 같기도 하다.(웃음)

-3년 전 김기태 감독과 처음 왔을 때와 지금의 KIA를 비교하자면.

▶3년 정도 후에 우승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그런데 처음 선수 구성은 그렇지 않았다. 어쨌든 올해 우승을 했고, 멤버가 어느 정도는 안정이 됐다. 물론 어린 선수가 많아 고참들 나가면 바로 채울 수 있는 정도의 팀은 아니다. 그래도 2~3년 기회를 줘서 들어가면 또 도전할 수 있고, 또 그 후 2~3년 후에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만약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느라 우승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 4~5등 이내를 유지하는 팀이 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선수들이 이기는 법, 우승하는 맛을 알게 된다. 그러면 육성과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육성을 등한시하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만다. 이왕 우승했으니 콘크리트를 세워야 한다. 이번 우승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크다. 2군 선수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있을 것이다.

◇단장 조계현의 과제

-올해 갑자기 자전거를 구입했다고 들었다.

▶술이 누적되니까 힘들더라. 스프링캠프에 갔다온 후 사우나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숨이 가쁘더라. 거울을 보니 배도 불뚝 나와있고, 몸무게를 재보니 93㎏였다. 충격 받았다. 그 후로 김 감독에게 "술은 1주일에 한번만 마시겠습니다"하고 선포했다. 원래 87~88㎏이 내 적정 체중이다. 현역 때도 그 정도였다. 자전거로 광주 상무지구 숙소에서 야구장까지 출퇴근 하겠다고 하니 감독님이랑 코치들이 안믿더라.(웃음) 근데 정말 열심히 타서 10㎏ 정도 뺐다. 단장 부임 이후에 여기저기 식사 하느라 조금 쪘지만 지금이 딱 좋다. 이제는 단장이니 자전거 출퇴근은 어렵고, 쉬는 날에 부지런히 탈 생각이다.

-이번 겨울에는 휴식을 즐길 여유가 없을 것 같다.

▶올해는 휴식 없다. 종무식을 하기는 했지만 일은 안 끝났다. 양현종, 김주찬도 있고…. 두 사람과는 이제까지 운영팀에서 맡아 대화를 했고, 내가 부임 후 정리가 되면 직접 이야기 하겠다고 했다.

-이제 선수들과 돈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해야하는 입장인데.

▶단돈 천원이라도 표나는 돈이 있고, 표 안나는 돈이 있다. 단장으로서 이왕이면 표나는 천원을 쓰고싶다. 그동안 물론 KIA가 돈을 잘 썼지만, 똑같은 예산으로 어떻게 편성을 할지 고민많이 하고 있다. 그래도 KIA는 '밀당(밀고 당기기)'이 많지 않은 구단이다. 이번에 기존 선수들 연봉 협상을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모기업의 특성과도 연관이 되는데, 밀당이 거의 없고 선수들도 쉽게 수긍한다. FA 문제는 민감하지만, 아무튼 정해진 돈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계약을 하려고 한다.

-수석코치는 돈과 상관 없이 좋은 선수가 많이 오면 좋은데, 단장은 다르다.

▶맞다. 수석 때도 '세월 참 좋아졌다' 싶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너네 9년만 절실하게 야구하면 좋은 차 타고, 좋은 집에서, 좋은 대우 받으면서 살 수 있다. 열심히 해라"고 타이르곤 했다. 이제 단장으로서 돈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참 어렵다. 그래도 KIA의 색깔을 잃지 않고, 현장 출신의 장점을 살린 단장이 되고 싶다.

-3년전 kt에서 2군 감독 제안을 받았었는데 가지 않았다. 그리고 3년 후 KIA에서 우승을 하고 단장도 됐다.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실은 그때 김 감독 나가고 나도 LG에서 나와 제주도에서 둘이 만났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김 감독은 다른 팀 감독으로 충분히 갈 수 있다. 근데 그렇게 되더라도 나는 이제 같이 못갑니다." 근데 우여곡절 끝에 같이 KIA에 오게 됐고, 단장까지 한다. 사람 일 참 모르는 것 같다. 허허.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