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올 한해 MBC 드라마는 파업 여파로 초토화됐다.
그러나 명배우들의 연기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많은 배우들이 무너져가는 작품을 멱살 잡고 끌어갔고,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는 열연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눈에 띈 건 김상중이다. 김상중은 MBC 월화극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으로 2015년 KBS1 '징비록' 이후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오래 진행한 탓인지, 아니면 2014년 OCN '나쁜 녀석들'에서 보여준 오구탁 반장의 이미지가 너무나 강렬했던 탓인지 김상중은 카리스마 전문 배우로 분류됐었다. 그러나 이번 '역적'에서는 홍길동(윤균상)의 아버지 홍아모개 역을 맡아 정반대의 연기를 보여줬다. 홍길동이 아기 장수라는 걸 감추기 위해 인생을 송두리째 버리는 홍아모개의 애끓는 부성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고, 동시에 '역적'이 갖고 있는 중심 메시지를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줬다. 이에 '역적'은 웰메이드라는 찬사를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MBC 수목극 '죽어야 사는 남자'의 최민수도 강력 후보다. 최민수는 대한민국 대표 카리스마 전문 배우다. 그러나 이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는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 역을 맡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코믹 연기로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그는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을 연상시키는 오버 액션과 요상한 말투로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시키며 시청자들을 알리 백작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최민수의 열연 덕분에 백작과 가족들이 무인도에 조난당한다는 황당한 결말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MBC 수목극 '병원선'의 하지원도 예상 가능한 후보다. 비록 '병원선' 자체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메디컬을 가장한 로맨스 드라마였지만 그 안에서도 하지원은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다. 가정사 때문에 마음의 묻을 닫은 송은재의 시련과 아픔을 절절하게 그려내며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것. 이와 함께 호흡을 맞춘 강민혁 이서원 민아(AOA) 등 후배 배우들까지 아우르며 주연배우로서의 역할을 마무리했다. 비록 '병원선'이 '다모' '황진이' '발리에서 생긴 일' '시크릿 가든' 등 이제까지 하지원이 보여줬던 작품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긴 하지만 하지원의 연기 만큼은 대상 후보로 적절하다는 평이다.
MBC 연기대상 트로피를 품는 사람은 누가 될까. 2017 MBC 연기대상은 30일 오후 9시 생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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