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4부작 토일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17일 종영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1996년 방송된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원작 자체가 2013년 대입 모의고사에 문제로 출제됐을 만큼, 명작으로 인정받은 작품이었던 탓에 리메이크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동시에 쏠렸다. 그러나 배우들의 명연기는 시청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기 충분했고, 21년 전 작품과 같은 듯 다른 결말 또한 조금 다른 감동을 안겼다.
17일 방송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마지막회에서는 정철(유동근)과 인희(원미경)의 이별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인희와 정철(유동근) 연수(최지우) 정수(최민호)는 이별을 준비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그러나 치매에 걸린 할머니(김영옥)는 여전히 며느리 인희를 못살게 굴었다. 결국 정철은 할머니가 인희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방문에 못질을 했다. 인희는 "어머니 나랑 같이 죽자"며 제 손으로 잠든 시어머니의 목을 졸랐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겨질 시어머니 걱정에 죽음을 택한 것. 가족의 만류로 인희는 시어머니의 목을 조르던 손을 놨지만 죄책감과 슬픔에 사로잡혀 오열했다. 이후 인희는 정철 연수 정수와 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슬프지만 즐겁게 여행을 즐겼고 서로를 향해 "사랑한다"고 진심을 고백했다. 연수와 정수는 먼저 서울로 떠났고 둘만 남은 정철과 인희는 이별을 준비했다. 정철은 아내를 목욕시켜주고 책도 읽어주며 마지막을 준비했다. 인희는 그렇게 정철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나문희와 주현이 연기한 21년 전의 원작에서는 죽은 아내를 품에 안고 오열하다 넋두리를 하는 남편의 모습을 그리며 진한 상실의 아픔을 선사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뒤 남겨진 이들이 처연하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시청자들까지 붕어 눈으로 만들 만큼 진한 슬픔을 안겨줬다. 반면 2017년 버전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는 차분한 이별을 그렸다. '사랑한다'는 말이 인색해질 정도로 각박한 세상을 살며 서로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가족이 '죽음'이라는 크나큰 비극 앞에 다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사랑을 떠올리는 과정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오히려 더 먹먹했다. 또 차분히 죽음을 마주하는 유동근과 원미경의 모습은 어찌보면 긴 세월 사랑보다 깊은 정을 쌓아온 부부의 이상적인 이별을 보여주는 것이라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2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나문희와 원미경, 두 여배우가 전해준 슬픔의 무게가 여전했다는 점은 대단하다. 각자의 일에 바빠 무관심한 가족과 치매 시모를 봉양하느라 희생만 하며 살아왔던 인희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엄마'라는 존재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안방극장에 생생하게 전달했다. 특히 세월이 흐른 만큼, 나문희의 연기를 보며 언젠가 다가올 엄마와의 이별이 두려워 눈물 쏟았던 시청자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어버린 원미경의 연기에 깊게 공감하며 오열했다는 점에서도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명작은 명작으로 다시 태어냈다. 이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평균 6.2%, 최고 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작품은 이렇게 끝났지만 명배우들이 전해준 여운은 한동안 시청자의 마음 속에 깊게 각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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