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사용할 정선 알파인 경기장(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이 처음으로 미디어에 공개됐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14일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하봉에 위치한 알파인 경기장에서 국내 미디어에 코스 설명회를 가졌다. 두 차례 테스트 이벤트 후 제대로 스키장의 모습엔 공개한 첫 행사다.
강원도와 조직위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까다로운 규격에 맞춰 정선 알파인 경기장을 만드는 든 총 예산은 2000억원(강원도 발표 기준 2064억원)이 넘는다. FIS(국제스키연맹) 월드컵 이벤트가 열릴 수 있는 국내 첫 슬로프가 만들어졌다. 조직위는 이 정선 알파인 경기장 부지를 선정하는데 있어 무척 애를 먹었다. IOC가 요구한 슬로프 경사 각도를 맞출 곳으로 정선 가리왕산을 선택한 것이다. 처음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혔고, 경기장의 50% 이상을 자연환경으로 복원한다는 전제를 달고 공사에 들어갔다.
기자가 찾은 14일 오후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이었다. 경기장 입구는 일반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재설 장비가 곳곳에서 인공설을 마구 토해내고 있었다. 재설기는 슬로프 정상까지 수십대가 설치돼 있다.
올림픽 때 선수들이 타는 슬로프는 일반 주말 스키어들이 즐기는 슬로프와는 차원이 다르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올림픽 선수들은 눈밭이 아닌 꽁꽁 언 빙판 위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온다고 보면 된다. 인공설을 약 2m 이상 다져서 코스를 조성한다. 최고의 스피드 경쟁을 펼치기 때문에 속도에 방해가 적은 인공설로 슬로프를 다진다. 자연설은 습도를 많이 머금고 있어 푹신하다. 자연설은 스피드를 떨어트리고 잘 녹기도 해 대회 관계자들에게 오히려 방해가 된다. 대회 기간엔 대회 관계자 수백명이 달려들어 자연설을 제거할 계획까지 세우놓았다.
정두환 베뉴 매니저는 "우리는 1월 15일 정도까지 계속 인공눈을 만드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IOC가 요구하는 것 보다는 많은 양의 눈을 만들어서 만약의 비상 사태를 대비하려고 한다. 눈이 충분히 만들어지면 이후 코스를 만드는 최종 작업이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마지막 코스 작업은 IOC에서 정한 버나드 루시(스웨덴)가 맡는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이번 평창올림픽 스키 알파인 종목 중 남녀 활강, 슈퍼대회전, 알파인복합(활강+회전)이 열린다. 평창대회 알파인 스키 첫 금은 내년 2월 11일 오후 1시쯤 나온다. 남자 알파인 활강 금메달이다.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과 영스타 시프린(미국) 등이 이 곳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게 된다. 우리 선수 중에는 한국 스키의 대들보 정동현 등이 이곳에서 세계의 벽에 도전한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현재 총 4개 슬로프와 곤돌라(2개), 리프트(2개)가 설치됐다. 스피드 코스인 활강 슈퍼대회전, 회전 코스, 연습 코스로 이뤄져 있다. 가장 긴 남자 활강의 경우 코스 길이가 2648m이고, 평균 경사도는 31%(일반 각도 개념과 다름). 국내 스키장 중에서 경사도가 가장 가파르다고 보면 된다. 정상에서 본 남자 활강 코스는 깎아지른 절벽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평창 조직위 관계자는 "현재 준비 상황은 매우 순조롭다. 이미 테스트 이벤트 때 IOC로부터 매우 훌륭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끝까지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숙제는 사후 활용이다. 2000억을 투자한 이 경기장은 아직 사후 활용 관리 주체가 미정인 상황이다. 현재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회 후 환경복원 조건이 걸려 있어 스키장으로 활용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환경복원을 하지 말고 스키장으로 제대로 활용하는게 올림픽 유산을 잘 살리는 방법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선=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