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대형 계약을 준비중이다.
워싱턴 내셔널스 간판타자 브라이스 하퍼(25)가 보라스를 앞세워 장기계약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SPN은 14일(이하 한국시각) '뉴욕 양키스가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트레이드 해오면서 내년 FA가 되는 브라이스 하퍼 영입전에서 물러나게 됐다'며 '워싱턴은 경쟁자 없이 하퍼를 보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 FA를 1년 앞둔 하퍼와 연장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ESPN에 따르면 워싱턴 구단과 스캇 보라스가 지난달 만나 잠재적인 장기계약에 관해 협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고 있는 윈터미팅에 참가중인 보라스는 이날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한 달전 워싱턴 구단 수뇌부와 만나 몇 가지 기본적인 논의를 했다. 언제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양측의 협상이 본격 단계에 올랐음을 암시했다.
워싱턴 마이크 리조 단장도 이날 "보라스와 우리 구단 사이에 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퍼를 워싱턴에서 오랫동안 뛰게 하는데 힘을 쓰고 있지만, 이런 계약은 변수도 많고 복잡하다. 구단측이 무척 신경을 쓰고 있지만, 특정 선수와의 대형 계약에는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또한 이런 경우 선수(the player)보다는 사람(the person)과 계약하는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즉 하퍼의 실력 뿐만 아니라 인성도 고려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프로 데뷔 이전부터 최고의 유망주로 각광받은 하퍼는 워싱턴 입단 후 착실하게 성장 단계를 밟아나가며 지금은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가 됐다. 2010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그는 2012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고, 2015년에는 타율 3할3푼에 42홈런을 때려 역대 최연소 만장일치 MVP에 선정됐다. 2016년 타율 2할4푼3리와 21홈런으로 부진했으나, 올시즌에는 부상으로 8~9월 44일간 빠지기는 했지만 111경기에서 타율 3할1푼9리, 29홈런, 87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만일 이번 겨울 하퍼가 연장 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내년 이맘 때 FA 시장에서 데뷔 동기인 볼티모어 오리올스 3루수 매니 마차도(25)와 함께 최대어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모두 나이와 실력 면에서 최고의 상품성을 지녔다는 평가다.
하퍼는 역대 최고의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ESPN은 '2014년 11월 스탠튼이 13년가 총액 3억2500만달러의 계약으로 기간과 금액에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워싱턴이 하퍼와 어떤 규모의 연장계약을 할 지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보라스는 소속 선수가 FA가 될 때까지 기다린 뒤 대형 계약을 체결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었다. 바로 하퍼의 팀 동료인 투수 스테펜 스트라스버그다. 보라스는 2016년 시즌 중이던 5월 스트라스버그에 대해 7년 1억7500만달러의 연장계약을 성사시켰다. 보라스는 내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그것은 전적으로 워싱턴 구단의 몫이다. 우리는 열심히 살펴보고 브라이스에게 이야기해주면 될 뿐이다"며 여유를 나타냈다.
USA투데이는 지난해 12월 보라스가 하퍼에 대해 '10년-4억달러' 조건을 언급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이번에 보라스가 특유의 수완을 발휘할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