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말이 필요 없는 승부다.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할 결전이다. 무게의 의미는 없었다. 오로지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달렸다. 반세기 넘게 치른 77차례 승부에서 얻은 40승23무14패의 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최근 한-일전에서 한국 축구가 얻은 성적표는 침울했다. 2010년 5월 24일 박지성의 '사이타마 산책 세리머니' 이후 A대표팀은 일본에 7년 동안 무승(3무2패·승부차기 패배는 무승부 처리)에 그치고 있다.
신태용호가 일본의 심장 도쿄에서 '극일'에 나선다. 16일 오후 7시10분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2017년 동아시안컵 최종전, 신태용호의 목표는 승리다.
▶완전체 아닌 일본, 흐름은 무섭다
일본은 100% 전력이 아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표팀의 중심은 해외파다. 또 다른 변수도 있었다.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달성한 우라와 레즈 소속 선수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 탓에 제외됐다. 여기에 올 시즌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아시안컵 소집명단에 합류했던 스기모토 겐유, 기요타케 히로시(이상 세레소 오사카), 니시 다이고(가시마)가 부상으로 중도 탈락했다. '반쪽짜리 팀'으로 나선 '할릴재팬'에 대한 우려가 컸다. 북한과의 첫 경기서 고전 끝에 1대0으로 이긴 뒤에도 얼굴을 펴지 못했다.
중국전 승리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후반 중반까지 고전했으나 고바야시 유(가와사키)의 왼발 터닝슛으로 골문을 연데 이어 수비수 쇼지 겐(가시마)이 43m짜리 중거리포로 골문을 열면서 승리를 거뒀다. 북한전까지만 해도 불만을 쏟아놓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마저 "훌륭한 내용과 결과였다. 내가 요구한 부분을 선수들이 모두 이뤄냈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번 대회에 나선 팀 중 가장 강한 팀이다. 단단히 준비할 것"이라고 필승을 다짐 중이다.
▶신태용호는 결전체제, 총력전 나선다
신태용호 역시 총력전이다. 중국, 북한전을 통해 실험은 끝났다는 평가다. 두 경기를 통해 선수 로테이션으로 컨디션 점검도 마쳤다. 두 경기서 드러난 공-수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몸살 증상으로 이틀 간 팀 훈련에 빠졌던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도 한-일전을 앞둔 13일부터 훈련에 복귀했다. 14일에는 팀 전체 휴식으로 재충전을 한 뒤 15일 최종훈련을 통해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출 계획이다.
최전방에는 김신욱(전북 현대)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진다. 중국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면서 쾌조의 컨디션을 증명했다. 그동안 일본 수비진이 김신욱 마크에 적잖은 어려움을 느낀 점 역시 이번 한-일전에서 위력적인 경기력을 발휘하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2선 공격은 지난 두 경기의 장점을 모으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중국, 북한전에서 쾌조의 활약을 보여준 이재성(전북 현대)과 2선 연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명주(FC서울)의 동반출격이 예상된다. 지난 두 경기를 쉰 이근호(강원FC)의 선발 가능성도 예상된다. 다만 이근호가 일본전에도 나서지 못하게 될 경우 측면 전환이 가능한 진성욱(제주)이나 북한전에서 측면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민우(수원 삼성)의 활용도 가능하다.
수비라인은 '지일파'의 활약에 기대를 걸 만하다. 김진수(전북 현대) 정우영(충칭 리판) 장현수(FC도쿄) 등 J리그를 경험했거나 뛰고 있는 선수들이 중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전에서 무난한 활약을 펼친 정승현(사간도스)도 언제든 출격할 수 있는 상태다. 골문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조현우(대구FC)가 막판까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일본전, 중국-북한전 소득 보여줘야 한다
양보할 수 없는 승부,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먼저 내놓을 무기는 전방 압박이 꼽힌다. 일본의 패스 루트를 차단하고 역습으로 한번에 찬스를 만드는 방법으로 초반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공격시에는 뒷공간으로 한 번에 이어지는 패스를 통해 활로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이번 대회에 나선 일본 수비진의 조직력에 문제점이 엿보인다는 점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선 두 경기서 지적된 전술적 대응도 보다 빠르게 전개되어야 한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할릴호지치 감독은 후반전 적극적인 승부수를 통해 중국전에서 승리를 만들어낸 바 있다. 때문에 선수 교체 타이밍이나 순간 상황 마다 전환할 수 있는 수비 형태나 볼 전개 등 다양한 변화로 혼란을 주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세트피스는 마지막 퍼즐이다. 지난 두 경기서 드러났던 세트피스 전술은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세트피스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조직적인 플레이나 과감한 시도를 통해 일본 수비를 적극적으로 흔드는 형태가 필요하다.
한-일전도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승리를 통해 본선까지 '비단길'을 만드는게 가장 큰 소득이다. 7년 간의 무승 고리를 깨는 '극일'이 신태용호가 사는 길이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