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했다. 한동안 '고구마 축구'였다.
동아시안컵 중국과의 1차전에서 경기를 지배하고도 허무하게 비겼던 신태용호는 북한과의 2차전에서 명예회복을 노렸다.
기회였다. 북한 축구는 예상했던 대로 극단적으로 내려섰고 한국에 주도권을 내내 빼앗겼다. 플레이 수준도 중국에 비하면 한 수 아래였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북한을 상대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동아시안컵. 중국전 무승부의 '치욕'을 털어내려는 간절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답답증은 전반 내내 계속됐다.
변화를 시도한 신태용호의 중앙 진성욱(제주), 윙포워드 김민우 카드는 별다른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북한의 밀집 수비를 탓하기에는 한국의 패스워크, 경기력이 압도하지 못했다.
그나마 눈에 띈 이는 '믿고 쓰는' 이재성(전북)이었다. 이재성은 건재했다. 중국전에서 김신욱과 환상의 호흡을 연출하며 1골-1도움을 기록하며 강렬했던 전반전의 핵심을 장식했다.
전임 슈틸리케 감독 시절부터 이정협-권창훈과 함께 '신형 황태자'로 주목받아 온 이재성이다. 2017년 시즌에는 소속 팀 전북의 K리그 클래식 우승에 알토란같은 역할을 하며 최고의 선수(MVP) 자리에도 우뚝 섰다.
MVP의 위용은 중국전에 이어 북한전에서도 '군계일학'이었다. 이재성은 크지 않은 체격에도 거칠고 투박하게 달려드는 북한의 수비 전술에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반대쪽 측면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는 동안 이재성의 오른쪽은 연신 북한을 괴롭혔다. 트레이드 마크인 저돌적인 돌파와 크로스, 밀집수비를 유린하는 발재간은 쉼표가 없었다.
득점없이 맞은 후반전, 활로가 필요했던 한국은 왼쪽 김민우-김진수의 공격루트로 다양화했다. 이와함께 진성욱도 살아나며 본격적인 공세를 열어나갔다. 한국의 경기력이 전반과는 다른 양상으로 살아나며 안도감을 주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재성 덕분이었다. 이재성에게 괴롭힘을 당한 북한은 측면 수비 무게중심을 왼쪽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풍선효과처럼 반대쪽은 틈이 커졌다. 김민우-김진수-진성욱의 연계플레이가 활발해진 것은 당연지사.
좀처럼 뚫릴 것같지 않던 북한의 수비벽은 양 측면에서 흔들리더니 결국 무너졌고 실점-완패로 마감했다. '고구마'로 끝날 뻔 했던 북한전에서 이재성은 '사이다'였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