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는 올해 팀 홈런 8위(141개)에 그쳤다. 한때 '거포군단'으로 빛났던 명성은 퇴색된 지 오래다. 하지만 내년 시즌은 올해와 다른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리그 최고의 홈런타자였던 박병호가 복귀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 명의 선수가 팀 컬러 전체를 바꾸기엔 무리다. 이 뒤를 받쳐주는 인물들이 나와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기대되는 타자들이 있다. 바로 '미완의 대기' 장영석(27)과 명예 회복을 노리는 김태완(33)이다.
부천고를 졸업하고 2009년 2차 1지명으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장영석은 투수와 타자로 포지션을 오간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확실히 타자로 자리를 굳혔다. 그리고 올해 홈런 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정된 출전 기회 속에서도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겨우 60경기-212타석을 소화했지만, 12개의 홈런을 날렸다. 넥센에서 10개 이상의 홈런을 친 국내 타자 5명(김하성, 김민성, 장영석, 채태인, 박동원) 중에서 공동 3위에 해당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타석당 홈런 비율이다. 장영석은 17.7 타석당 1개꼴로 홈런을 날려 팀내 1위를 기록했다. 만약 장영석이 이 페이스대로 400타석 정도를 소화했다고 계산하면 22~23개 정도의 홈런 예상치가 나온다.
물론 이 예상치는 다른 변수를 모두 빼고, 순수하게 타석당 홈런 비율로만 따져본 결과라 참고 자료일 뿐이다. 체력적인 문제나 부상, 슬럼프, 상대 투수들의 전략 변화 등 여러 변수가 개입되면 수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래도 확실한 건 장영석이 2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자질이 있다는 것이다. 내년 시즌 기회를 더 부여해 볼 만한 근거다.
김태완의 가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넥센에 합류한 김태완은 46경기-100타석에 출전했다. 타율(0.311, 90타수 28안타)은 3할을 넘겼지만, 타수가 많지 않아서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홈런은 4개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완은 외면하기 어려운 타자다. 2008~2009시즌에 연속으로 20개 이상의 홈런을 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의 10년 전 일이긴 하다. 이후 김태완은 군복무와 부상, 팀내 포지션 중복 등으로 계속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국 2013년 이후 단 한번도 100경기 이상 출전한 적이 없다. 그러나 넥센으로 이적한 뒤 다시금 각오를 다지고 있다.
기본적인 파워가 줄어들지 않은데다 잔부상에서도 벗어난 덕분에 자신감도 크다. 그래서 내년 시즌 다시 한번 과거의 위력을 보여주겠다고 개인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김태완은 "내년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몸을 잘 만들어 아직 내가 가치있는 선수라는 걸 입증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겨울 한파를 땀으로 이겨내고 있는 두 선수가 과연 홈런 잠재력을 제대로 폭발시킬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