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OCN 토일극 '블랙'이 종영했다.
10일 방송된 '블랙' 마지막회에서는 블랙(송승헌)과 강하람(고하라)의 해피엔딩이 그려졌다. 블랙은 자신이 김준이고, 자신을 총으로 쏜 범인이 강하람이라는 걸 알고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결국 강하람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블랙은 20년 전 벌어진 사건을 정리하려 했다. 윤수완(이엘)에게 김준의 모친을 부탁했고, 국회의원 성폭행 사건의 단서가 되는 비디오 테이프를 찾아나섰다. 그러나 이 테이프를 먼저 발견한 건 강하람이었다. 이 때문에 강하람은 납치 됐다. 블랙은 납치범들을 처단하고 강하람을 구해냈다. 그리고 강하람의 기억을 지우고자 스스로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자살했다. 블랙은 천계의 금기를 어긴 죄로 최고형인 소멸형을 받게 됐다.
블랙의 희생으로 강하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모두 살 수 있었다. 그리고 강하람이 생을 마감한 순간, 블랙이 나타났고 두 사람은 행복한 재회를 맛봤다.
이렇게 '블랙'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그러나 시청자는 '차라리 새드엔딩이 나을 뻔 했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회 완성도가 현격히 떨어졌다는 이유다.
'블랙'은 그동안 산더미 같은 이야기거리를 풀어놨다. 그 모든 것을 마지막회에 수습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리한 설정들이 등장했다. 낭떠러지에 CCTV가 설치되어 한무강(송승헌)의 동료들이 그가 절벽으로 떨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거나, 소멸형을 받은 블랙이 다시 저승사자로 강하람의 앞에 나타난다거나, 무로 돌아간 블랙을 강하람이 갑자기 기억해낸다거나 하는 앞뒤 안 맞는 전개가 거듭돼 실망감을 안겼다. 죽음을 본다는 강하람이 정작 자신의 부친이나 제수동의 영혼을 보지 못했다는 등 뿌려놓은 단서들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마지막에서 보여준 고아라의 할머니 분장은 학예회에서나 나올 법한 어설픈 것이라 실소를 자아냈다.
그럼에도 '블랙'을 지켜봤던 건 송승헌의 하드캐리 때문이다. '송충이 눈썹' 혹은 '잘생김 전문 배우'로만 인식됐던 송승헌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틀을 완전히 깨고 나왔다. 극 초반에는 바바리맨 쩍벌남과 같은 코믹 연기를 선보이더니 중반부에는 고아라와의 달콤쌉싸름한 러브라인으로 시청자를 설레게 했다. 순진무구한 형사 한무강과 감정 공감 능력 제로에 수렴하는 저승사자 444를 오가는 연기스펙트럼과 화끈한 액션에도 주목할 만 했다. 그리고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면서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고통받는 감정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송승헌의 하드캐리에 힘입어 시청자는 '블랙'의 구멍까지 용서하며 극을 지켜봤고, 결국 드라마는 3~4%대의 고정시청률을 유지하며 2회 연장까지 이뤄내는 쾌거를 거뒀다. 비록 용두사미 엔딩이 아쉽긴 했지만, 송승헌의 재평가가 이뤄졌다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블랙'은 마무리 됐다. '블랙' 마지막회는 평균 4.5%, 최고 5.2%(닐슨코리아,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채널 주 타겟층인 2549 남녀 시청층에서도 평균 4.1%, 최고 4.9%로 동시간대 1위를 달성했다. '블랙' 후속으로는 박중훈 주진모 양익준 김무열 지수 등이 출연하는 '나쁜녀석들:악의 도시'가 16일 오후 10시 20분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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