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중소 가상현실(VR) 콘텐츠 기업들이 힘을 모아 VR테마파크를 차렸다. 지난 8일 서울 동대문 헬로APM에 오픈한 '판타VR'이 바로 그 곳이다.
1488㎡(약 450평)의 공간에 익스트림게임, 패밀리스포츠, VR호러, 판타지어드벤처, 아케이드, 익스트림라이드 등 7개의 테마존에 맞춰 총 26종의 VR콘텐츠가 선을 보이게 됐다. VR 콘텐츠로 이뤄진 다양한 테마파크가 이미 수년전부터 조성돼 성업중인 해외와는 달리 국내는 태동 단계라 할 수 있다. 기존 테마파크에 하나의 게임물로 선을 보이기 시작한데 이어, 자본력을 갖춘 개발사 혹은 유통사가 독립 공간을 조성하고 있지만 이처럼 VR 콘텐츠를 만드는 중소 개발사들이 함께 힘을 모아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이끌고 있는 단체는 지난 8월 출범한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이다. 개발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국내에 이렇다 할 판로를 찾지 못해 한단계 더 도약을 하지 못하고 있던 10여개의 회사가 함께 모여 시작했는데 어느새 60여개까지 늘어나면서 협회를 만들고, 아예 자체적으로 유통망을 조성해 나가기 시작했는데 동대문점이 그 첫번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내년 초에는 일산 킨텍스를 시작으로 서울 건대점, 부산점 등을 오픈할 예정이다.
협회 부회장사인 이트라이브가 시설운영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소속 회원사들이 각자의 제품을 공급해 콘텐츠 이용률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리뉴얼을 실시하며, 관람객들의 반응에 따라 자체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개선을 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10여개의 회사가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는데, 앞으로 전국적으로 '판타VR' 테마파크를 계속 늘려나가면서 참가하는 회원사들이 더욱 많아지고 판로도 확장되는 등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VR 테마파크는 기존 아날로그 놀이시설을 실내로 가지고 들어와 디지털로 구현, 좁은 공간에서도 가족 모두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멀티 플레이 VR슈팅게임 '인피니트파이어'와 같은 경우 최대 4명의 이용자가 게임에 참여, 대결을 펼칠 수 있는데 이를 향후 e스포츠로도 확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제작한 리얼리티매직 김성균 대표는 "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다면 시공간을 초월해 대결을 펼칠 수 있고, 이를 관람객들이 직접 지켜볼 수도 있다. 게임방송을 통해 이미 시현을 해봤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VR용 총기와 재킷 등은 국내 개발사에서 특별 제작해 만든 것이다.
'클럽 댄스 파티'와 같은 게임을 즐기다보면 걸그룹 댄스를 자연스레 익힐 수 있고, '슈퍼퐁'이나 '핑퐁 킹즈'로는 상대방 혹은 AI와 가상의 탁구 대결을 펼칠 수 있는데 5분여만 즐겨도 땀이 날 정도로 실감이 난다. '정글 어드벤처 래프팅', '마녀 빗자루' 등은 대표적인 라이더물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10~20대뿐 아니라 가족 모두 즐길 다양한 콘텐츠들이 마련돼 있다. 자유이용권부터 빅5, 빅4 등 테파마크처럼 다양한 종류의 티켓을 구매해 이용할 수 있다.
협회 초대 수장을 맡은 김동현 협회장은 "좀처럼 유통망을 찾기 힘든 중소 개발사들이 한데 모여 전시공간을 마련하려고 하다가 결국 '판타VR'로 확장이 됐다"며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구비할 수 있다보니 국내외에서 셀링 파워도 생기고, 투자사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 VR 콘텐츠는 예전 아케이드 게임 산업처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어트랙션, 각종 장비) 등 연관 산업이 함께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정부와 업계에서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