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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알쓸신잡' MC야"..'징검다리' 유희열, 대체불가 진행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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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나 '알쓸신잡' MC야"

유희열이 아니라면 뇌섹남들의 수다로 북적대는 '알쓸신잡' MC를 누가할 수 있을까. 허당미와 교양미를 모두 장착한 유희열의 존재감이 빛난 방송이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자처하는 MC 유희열이 잡학박사들의 흥미진진한 수다에 하릴없이 끌려가는 상황에 당황하거나,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대담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면서 대체불가 '알쓸신잡' 진행자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8일 방송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2(이하 '알쓸신잡2')'에서는 천안과 아산으로 발길을 향한 박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위인전에서 누구나 한번 쯤 접했을 위인들이 수다 주제로 등장, 역사 지식까지 대방출됐다.

"어사 박문수가 사실은 암행어사가 아니었다"고 운을 뗀 유시민은 "어사로는 유일무이하게 남아있는 인물이라며 굉장히 머리가 빠르고 직관력이 좋은 사람이다. 영남지방 어사인데 활동하지도 않았던 함경도에 제일 큰 송덕비가 있다. 그 이유는 물길을 보고 북쪽에 큰 홍수가 났다고 직감한 박문수가 임금에 알리는 복잡한 절차를 과감히 생략하고 구휼미를 먼저 보냈고, 적절할 때 구휼미를 받아 많은 백성이 목숨을 구한 함경도에서 송덕비를 크게 세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시민은 "하지만 박문수가 의외로 실없는 소릴 잘 했다고 실록에 나와있다"며 "그 엄하다는 영조 얼굴을 똑바로 보며 대화한 유일한 신하였다. 그만큼 신임 받았다는 뜻이고 당쟁이 심할 때 휘말리지 않기 위해 허당기를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유현준 박사가 "마치 유희열씨 같다. 다 아시는데 모르는척 하시지 않느냐"라며 내내 침묵하고 있던 그를 추켜세우자 유희열은 곧바로 손가락을 총모양으로 내밀며 "알고 있었구나"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웃음을 유발했다. 하지만 계속해 역사 권력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자 유희열은 "나 빼고 짜고 왔냐"고 되물어 또 한번 웃음을 자아냈다.

유희열은 장동선 박사와 함께 천안 홍대용과학관을 찾았다가 "노론은 명나라를 숭배하는 성리학의 한 분파"라고 직접 설명해 제작진의 감탄사를 유발했다. 이에 그는 "왜이래. 나 '알쓸신잡' MC야"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뿌듯해 하는 모습으로 교양지식을 드러냈다.

이후 유시민 작가는 "조선시대 세종의 총애를 받았던 장영실의 사망 시기와 장소를 알 수 없고, 세종의 가마가 시운전 때 부서졌다는 사유로 곤장 80대를 맞은 뒤 모두 사라진 그의 기록이 이상하다. 누군가 일부러 없앤 것 같다"고 의혹을 제시했다. 이에 유시민은 "이거 완전 스릴러다. 세종과 장영실 사이의 역사적 엔딩이 아주 충격적인 영화 스토리"라고 비유해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며 흥미를 유발했다.

또 박사들에게 잊을 수 없던 어린 시절 기억을 물어보다가 유시민 작가가 "어릴 때 자는 날 아버지가 안아 주고 옮겨주는데 잠이 깼는데 일어나기 싫어서 자는 척 했던 기억이 행복했던 순간으로 남는다"고 말하자 뭉클해하면서 "요즘은 슬플 때가 아니라 행복할 때 눈물이 난다"고 안경을 벗고 공감했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어릴 때 여탕에 갔던 기억이 난다. 다른건 다 기억 안나고 너무 어릴 때라 엄마 품에 안겨있었는데 엄마가 차고 있던 금목걸이 동그란 부분이 입 앞에 왔다갔다 해서 물었다 놨다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에 유희열은 "그때부터 미각이 발달한 것이다. 그래서 맛 칼럼니스트가 되신 것 같다"고 받아쳐 모두를 폭소케 하기도 했다.

마지막에 유희열은 "오늘 저는 반성을 많이 했다. 사실 천안은 이야기거리가 많지 않을 줄 알았다. 오늘 이야기를 두루두루 하다보니까 결국 어떤 도시건 간에 스토리들은 다 있구나 새삼 느꼈다. 저희끼리 '과연 '알쓸신잡'의 주인공은 누구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바로 그 주인공은 도시다"라고 MC답게 '알쓸신잡'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를 재정리했다.

시청자로, 중재자로, 예능인으로 그 가운데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MC 유희열이 없는 '알쓸신잡'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ly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