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백진희가 KBS2 새 월화극 '저글러스'로 돌아왔다.
'저글러스'는 신이 내린 처세술과 친화력으로 프로서포터 인생을 살아온 여자와 타인의 관심과 관계를 전면 거부하는 철벽형 남자가 비서와 보스로 만나 펼치는 관계역전 로맨스 드라마다. 백진희는 극중 YB 그룹의 5년차 비서 좌윤이 역을 맡았다.
좌윤이는 백진희의 전문 분야 캐릭터다. 백진희는 흙수저 캐릭터의 억울함을 그려내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배우다.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린 '하이킥3-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는 취업준비생 백진희 역을 맡아 소름 돋는 빈대 라이프부터 처절한 취업 뽀개기까지, 억울하고 서글픈 청춘의 단면을 그려냈다. 여기에 다람쥐 먹방과 거침없이 망가지는 표정 연기가 더해지며 백진희는 기대주로 주목받게 됐다. 그가 주연으로 발돋움 한 '내 딸 금사월'에서도 마찬가지. 다소 답답한 고구마 캐릭터라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가진 것 없지만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건축사를 꿈꾸는 금사월 캐릭터를 힘있게 그려냈다. 이번 '저글러스'의 좌윤이 또한 상사의 갑질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각종 설움과 억울함을 겪는 캐릭터다.
좌윤이는 비서 사모임 저글러스 4인방의 정신적 지주이자 비서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과 상담까지 도맡는 오지라퍼다. 상사에게 충성하는 것을 업으로 알고 살아왔으나 불륜녀로 오해받아 누명을 쓴 채 헌신짝 신세가 됐다. 4일 첫 방송에서는 이러한 좌윤이의 고군분투가 그려졌다. 좌윤이는 미술관 큐레이터와 썸을 타게 됐지만,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상사의 전화를 받느라 생일날 실연까지 당했다. 그러고도 상사의 불륜 스캔들을 막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봤지만, 결국엔 불륜녀 낙인이 찍혔다. 상사가 내연녀에게 집착하느라 좌윤이를 중요 미팅 자리에 내보냈는데, 좌윤이를 불륜녀로 오해한 상사 부인이 나타나 물을 뿌리고 머리채를 잡으며 횡포를 부린 것.
백진희는 신문고라도 울리고 싶을 만큼 억울한 상황이지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좌윤이 캐릭터의 답답한 심정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서글픔이 가득 담긴 다람쥐 눈망울과 볼멘 소리, 특유의 슬랩스틱으로 유쾌하면서도 짠하게 좌윤이의 일상을 담아낸 것. 이에 시청자는 '역시 억울한 연기는 백진희가 최고'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비록 '저글러스'는 5.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월화극 최하위로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작품 전면에 깔린 B급 유머 코드와 배우들의 열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 과연 백진희가 '저글러스'로 '하이킥'을 넘는 인생작을 만들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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