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K리그 12개 구단 운영 성적]①전북 1강 시대, K리그의 '명과 암'

by

스포츠조선은 2012년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K리그 16개 구단의 운영 능력을 평가했다. 1위부터 16위까지 줄을 세웠다. 1, 2부로 첫 운영된 2013년에는 1부 리그(클래식) 14개 구단을 도마에 올렸다. 2014년부터는 클래식이 12개 구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12개 구단을 해부했다.

스포츠조선 축구전문기자 9명이 클래식 12개 구단의 2017년 운영 성적표를 매겼다. 전문가 3명(박건하 MBC플러스 해설위원, 한준희 KBS 해설위원, 박문성 SBS 해설위원)의 평가도 반영했다. 개막 전 목표 순위와 현재의 위치를 평가한 ▶목표성취도를 비롯 ▶선수단 운용 능력 ▶관중 동원 능력 ▶페어플레이 ▶연고지 밀착도 ▶외국인 선수 활용 능력 ▶홍보 및 마케팅 역량 ▶재정 및 투자 파워 ▶유소년시스템 ▶전문가 평점 등 경기력과 행정 능력 등을 다면 분석했다. 항목당 10점 만점, 총점 100점으로 난상토의 끝에 최대공약수를 도출했다.

▶지금은 '전북 시대', 약진한 제주

K리그 클래식을 제패한 전북 현대가 정점에 섰다. 전북은 2014~2015년 2년 연속 1위를 달성하면서 절대 1강의 위용을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서울에 1위 자리를 내줬다가 2년 만에 정상을 재탈환했다. 전북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으로 5번째 '별'을 달았다. 막강한 스쿼드를 발판으로 12팀 중 유일하게 20승 고지를 넘으며(22승) 목표성취도, 선수단 운용 능력 항목에서 각각 10점씩을 얻었다. 올 시즌 내내 팬들과 소통하면서 전북 만의 문화를 만들어간 부분도 돋보였다. 팬 뿐만 아니라 전주시, 전북도민의 지지를 발판으로 연고지 밀착도에서도 10점을 차지했다. 관중동원, 페어플레이 지수 뿐만 아니라 재정 및 투자 파워, 홍보 및 마케팅 역량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북은 지난해(81.3) 평가보다 7점이 오른 총점 88.3점으로 'K리그 최고 구단'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구단 평가 4위(66.3점) 제주는 큰 폭으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지난해보다 무려 12점을 더 얻으면서 총점 78.3점으로 2위에 올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알짜배기들을 끌어 모으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 클래식 4팀 중 유일하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에 진출했다. 리그에서도 1강 전북의 대항마 역할을 충실하게 했다. 마르셀로, 마그노, 알렉스 등 외국인 삼총사를 꾸준히 활용한 부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구, 시도민구단 새 역사 썼다

이변의 주인공은 승격팀 대구FC다. 구단 운영 평가 시행 이래 시도민구단 중 가장 높은 71점을 받으며 5위에 올랐다. 시즌 개막 전까지 대구는 강등 유력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혔다. 손현준 감독이 중도 사퇴하고 안드레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하는 등 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조광래 대표이사의 진두지휘 아래 숙원이었던 전용구장 건립을 진행했고 연고지인 대구시와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이끌어내는 등 큰 성과를 얻었다. 팬들과 후원회인 '엔젤클럽'의 지지까지 더해지면서 시민구단 자생의 롤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니오 세징야 에반드로 '브라질 삼각편대'를 앞세운 공격축구와 안드레 감독대행의 뚝심을 앞세워 잔류라는 목표를 이뤄냈다.

3위 울산 현대(총점 74.5)도 70점대를 받으며 지난해(67.7점·3위)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대비 클래식팀 관중 증감률(2017년 승격팀 제외)에서 유일하게 증가(9%)세를 기록하면서 그간의 노력에 결실을 맺었다. 지방구단의 한계를 깨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쳐온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육성 정책을 강화하면서 유스팀인 현대중-현대고가 전국 최강급 반열에 오른것 뿐만 아니라 뛰어난 유스시스템을 만들어낸 점도 호평을 받았다.

▶고개 못드는 그들, 프로면 프로답게 하라

'디펜딩챔피언' FC서울의 몰락이 아쉽다. 총점 73.3점, 지난해(88.8점)보다 무려 15점이 깎였다. 2012년 구단 운영 평가 시행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이다. 서울은 지난해 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나 올해는 5위에 그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까지 놓쳤다. 관중동원, 페어플레이에서는 최고점인 10점씩을 받았고 홍보 및 마케팅 역량 역시 최고 수준이었지만 결국 성적에 발목이 잡혔다. 포항은 총점 64점으로 체면은 차렸으나 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K리그의 큰형님'이라는 타이틀에는 걸맞지 않는 성적이다.

나머지 팀들은 여전히 '수준미달'이었다. 인천(56.7점), 강원(54.3점), 전남(47.2점), 상주(41점), 광주(37.5점)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인천은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으나 이기형 감독과 선수단의 투혼이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년 동안 투자없이 결과물을 냈으나 내년에도 '잔류왕' 타이틀을 가져갈지는 미지수다. 강원은 강원도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폭풍영입' 등 기업구단 못잖은 행보를 걸었으나 구단운영 능력은 낙제점이었다. 전남, 상주, 광주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점수가 퇴보하면서 부진한 성적이 우연이 아님을 스스로 드러냈다.

최근 수 년간 K리그의 과제는 '전북의 대항마 탄생'이었다. 그러나 올해도 시계는 거꾸로 흘러갔다. 80점대를 넘긴 구단이 전북 단 한 팀이었다는 대목에선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프로라면 프로다운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게 한국 축구의 젖줄인 K리그를 살리는 길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