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 FA 외야수 민병헌과의 인연을 내년에도 이어갈 수 있을까. 둘은 구단의 중흥기를 이끈 투타 기둥이었다. 두산은 방침을 세웠다. 협상은 하되 원칙을 굽히진 않는다. 일정한 거리감이다. 합리적 투자를 이유로 뜨겁게 달려들지 않고 있다. 두산 구단은 이미 시즌 막판에 이같은 장기적 팀전력 구성 방안을 확정했다.
두산은 지난 26일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에게 재계약 통보를 하지 않았다. 어깨 부상으로 부진했던 보우덴과 팀내 포지션 활용에 아쉬움이 있었던 에반스의 경우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니퍼트는 의외였다.
지난 7년간 두산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니퍼트는 올해 14승8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다. 특A급은 아니지만 팀마운드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두산은 니퍼트와의 재계약 협상 뜻을 밝혔지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올해 연봉 210만달러에서 대폭 삭감을 원하고 있다. 재계약을 통보하면 직전 연봉의 75%를 보장해줘야 한다. 157만5000달러 이하가 구단 목표치다.
니퍼트에 대한 냉정한 판단은 코칭스태프 사이에도 일정 부분 공감대를 이뤘다. 구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직구 볼끝이 무뎌졌다. 내년이면 만 37세. 갑작스런 부상과 부진에 대한 가능성으로 재계약 자체에 부정적인 코치도 있었다.
타 구단에서 낚아챌 가능성도 적다고 봤고, 메이저리그 등 타리그 이적도 힘들다는 내부 판단을 했다. 만에 하나 협상이 틀어질 경우 보우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물색중인 외국인 투수 후보군 중 한 명이 아닌 두 명을 잡으면 된다는 입장. 냉정해 보이지만 구단이 가고자하는 방향을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병헌은 협상 초기부터 확실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민병헌측과의 이견이 컸다. 두산의 반응을 확인한 민병헌은 곧바로 시장의 평가를 듣겠다며 이후부터는 외부협상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구단사무실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심도깊은 협상은 없었다. 이미 두산이 시즌 막판부터 민병헌과의 계약에 대해 시큰둥하다는 반응은 여기저기에서 감지됐다.
2015년,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올해까지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우승 갈증을 어느정도 푼데다 모기업 자금 사정도 넉넉하지 못하다. 또 젊은 대체자원들이 풍부해 굳이 무리한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전력분석 지표도 나와 있다.
니퍼트와 민병헌이 함께 한다면 좋겠지만 이들이 없다고 해서 갈 길을 못갈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구단이 길게 고민한 결과라면 니퍼트의 경우 선수가 구단 제시액을 수용하지 않으면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마저 대두된다. 민병헌은 일찌감치 이적으로 가는 모양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