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이정후가 답답하던 타선의 혈을 뚫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만과의 경기에서 1대0 승리했다.
전날(16일) 일본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1점 차 석패를 했던 대표팀은 이날 대만의 선발 투수 천관위(지바롯데)를 맞아 고전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때부터 국제 대회에서 한국 맞춤 투수로 자주 상대했던 천관위는, 이날 인상적인 공을 던졌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장기인 제구력을 앞세워 한국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천관위는 일본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데다 그간 국제 대회에서 자주 만난 상대기 때문에 대만 투수 중 가장 풍부한 데이터가 있다. 한국 대표팀도 천관위를 철저히 대비했지만, 점수를 뽑기는 쉽지 않았다.
1회초부터 찬스가 찾아왔지만, 기회를 못살린 것이 경기 초반 흐름을 꼬이게 만들었다. 1회 선두 타자 박민우의 내야 안타 출루에 이어 정 현의 외야 뜬공때 2루 도루 성공, 구자욱의 볼넷에 폭투까지 나오면서 2사 2,3루가 됐다. 상대를 흔들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었으나 중심 타자들이 점수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한국은 1회부터 4회까지 꾸준히 주자가 베이스에 나갔지만, 득점은 번번이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침묵이 길어졌다. 선발 임기영이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 있었으나 한국도 점수를 못뽑아 0-0 공방전이 이어졌다.
그러던 6회말 기다리던 선취점이 드디어 나왔다. 2명의 타자들이 쉽게 아웃되면서 이번 이닝도 무득점에 그치는듯 했다. 하지만 4번타자 김하성이 볼넷을 골라 나갔고, 이정후가 제대로 사고를 쳤다.
투구수 100개에 가까워진 천관위의 몸쪽 높은볼 실투를 기다렸다는듯이 받아쳤다. 타구는 쭉쭉 뻗어 우익수 키를 넘기고 펜스 하단을 맞히는 장타가 됐다. 1루에 있던 김하성이 주저 없이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었고, 이정후는 3루까지 갔다. 대표팀이 기다리던 첫 득점이다.
만 19세인 이정후는 20대 젊은 선수들로 꾸려진 이번 대표팀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리다. 하지만 경기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은 '형들' 못지 않다. 큰 경기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특유의 대담한 플레이 덕분에 어린 나이지만 주전 외야수, 중심 타선을 꿰찼다.
전날(16일) 일본전에서는 행운의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추가점을 만들었던 이정후가 대만전에서는 결승 3루타로 대표팀의 첫 승을 견인했다.
도쿄=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