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의 스케이트날은 그 어느 때보다 예리하다.
11일(이하 한국시각)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대회가 열린다. 이상화의 주 종목인 여자 500m는 대회 첫 날 열린다. 이상화는 첫 날 500m 디비전A 1차 레이스를 시작으로 11일 500m 2차 레이스, 12일엔 1000m에 출전한다.
중요한 대회다. 월드컵 1~4차 대회 합산성적에 따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세계 최정상급 실력자인 이상화는 이변이 없는 한 무난히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올림픽 티켓 쟁취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31·일본)와의 맞대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올 시즌 첫 '빅뱅'이다.
둘의 첫 만남은 2010년 벤쿠버동계올림픽 여자 500m였다. 당시 이상화는 금메달 환희에 젖었다. 반면, 고다이라는 12위에 그치며 눈물에 젖었다. 그러나 최근 기상도는 다르다. 고다이라가 맑다. 이상화는 잠시 주춤했다. 종아리 부상 탓이었다.
고다이라는 지난 시즌 ISU 월드컵 시리즈 여자 500m에서 6차 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지난 종목별세계선수권과 2017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고다이라는 이상화에 앞서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에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고다이라의 근소 우세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월드컵 대표 선발전 기록에서도 고다이라가 앞섰다. 고다이라는 37초25였다. 이는 일본 신기록. 이상화는 38초23이었다.
다가올 시즌 첫 월드컵에서 펼쳐질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대결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이상화는 마음을 비웠다. 그는 "(고다이라와의 대결을) 의식하지 않고 있다. 고다이라 외에도 잘 타는 선수들이 많다"며 "나만의 경기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기록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그간 이상화를 괴롭혔던 무릎, 종아리 부상을 어느 정도 떨쳐냈다. 정상 질주를 할 수 있는 정도다. 이상화는 "(평창올림픽을 치르기 전)대회들이 되게 많다. 그 경기들을 통해 내 기록 향상에 몰두해야 한다"며 "일단 목표는 올림픽이지만, 올림픽 전에 치러지는 경기들에 주력하면서 기록을 줄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자신의 페이스를 찾는 데 주력하겠다는 게 이상화의 계획이지만, 성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월드컵 무대는 다가올 평창올림픽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대결을 두고 '미리보는 평창올림픽 결선'이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고다이라를 누르는 횟수 만큼 이상화의 올림픽 금빛 질주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