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한국에 진 것에 대해 여전히 크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오는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은 한국과 일본, 대만까지 3개국이 참가하는 작은 규모의 대회다. 또 만 24세 이하로 연령 제한을 두면서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렸기 때문에 더더욱 국제 대회가 아닌 친선 경기 성격이 짙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국내 야구팬들에게 흥행 카드일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상대팀이 일본이라는 사실이다. 대표팀은 16일 첫 경기를 치르는데 그 상대가 일본이다. 17일 대만전 결과까지 따져서 결승에서 맞붙을 2개팀이 정해진다. 현재 각 팀의 전력을 비교해보면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맞붙을 확률이 무척 높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대회라고 해도, 모든 스포츠 종목의 한·일전은 자존심 대결 그 이상이다. 특히 야구는 일본이 줄곧 우위였다가 최근 10년 사이 한국 대표팀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팽팽한 접전이 이뤄지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승리 상대가 일본이었고,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전 승리 상대도 일본이었다. 한국은 올림픽과 프리미어12 모두 일본을 꺾고 결승에 올라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특히 프리미어12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대회를 주최하며 초대 우승 타이틀을 노렸던 대회였다.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를 내세워 사활을 걸었던 대회까지 우승을 내주자 당시 일본 야구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었다.
지난 3월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한국이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하며 한·일전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 APBC는 프리미어12 이후 오랜만에 맞붙는 양 국간의 대결이다.
선동열 감독도 벌써부터 일본의 불타는 전의를 체감하고 있었다. APBC 3개국 감독의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지난달 도쿄를 다녀온 선 감독은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은 벌써부터 굉장히 예민해진 상태더라. 프리미어12 대회 준결승에서 둔 것을 굉장히 크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일전에 대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또 "오죽했으면 일본 대표팀이 '와일드카드'를 썼겠나"라며 웃었다. 원래 이번 대회의 '와일드카드(만 24세 이상, 프로 3년차 이상인 선수 최대 3명까지 선발 가능한 제도)'는 대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규정이었다. 일본, 한국과 전력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편의를 봐주기로 했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이 와일드카드를 발탁하지 않겠다"고 했던 일본이 최종 엔트리 제출 직전 마음을 바꿨다. 그래봤자 25~27살의 젊은 선수들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한국을 꺾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선택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