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승회가 FA 자격을 얻었다.
물론 FA자격을 얻었다고 해도 FA선언을 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보상선수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81년생 '노장'투수인 그를 다른 팀에서 데려갈 가능성도 희박하다. 본인 역시 이적보다는 두산에 남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쯤에서 김승회가 올해 두산 불펜의 기둥 역할을 어떻게 해냈나를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
김승회는 2003년 2차 5라운드 40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2012년까지 두산에서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하며 평범한 투수로 인식됐다. 2012년말에는 FA된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롯데 자이언츠에서 3년 동안 마운드에 섰다. 롯데에서 2014년 마무리로 활약하며 20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던 김승회는 2015년 시즌 후 다시 FA 윤길현의 보상 선수로 SK 와이번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2016년은 팀 적응에 실패했는지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1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5.92를 기록했고 지난 해 말 사실상 방출됐다.
그런 그를 친정 두산이 다시 불렀다. 그에게는 뜻깊은 복귀였다. 그리고 올해 두산에서 총 69경기에 출전해 7승4패11홀드, 평균자책점 4.96을 기록했다. 김승회는 올해 말그대로 '마당쇠'였다. 70경기로 최다 출전한 김강률에 이어 2위 출전 기록이자 개인 시즌 최다 경기다. 김강률은 구위가 좋아진 후반기 들어 자주 등판했지만 김승회는 시즌 초부터 꾸준히 마운드를 지켰다. '혹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게다가 김승회는 출전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구위가 더 좋아졌다. 전반기에 5.70이었던 평균자책점이 후반기에는 3.76까지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필승조에 합류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활약은 이어졌다.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1경기 ⅓이닝 1실점으로 좋지 못했지만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3경기 4⅓이닝 2실점으로 시리즈 전체에서 유일하게 2승투수가 됐다.
올해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김승회가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을 부정할 이는 별로 없다.
1년 연봉 1억의 투수 중에서는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한 김승회, 그가 내년 시즌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