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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김현수, 정말 '100억원 가치'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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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부터 국내 FA시장은 이상한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FA 선수들의 몸값이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타 구단과의 흥정 구조 속에 치솟기만 한 것이다. 여기에 이성이나 논리는 없다. 그저 경쟁 의식이 판을 움직인다. 한 마디로 '무조건 질러!'다.

반면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다르다. 철저한 자료 분석과 미래 가치 예측을 통해 계약 규모가 결정된다. 현재 선수의 연봉과 스탯 그리고 나이와 부상 이력에 따른 미래 잠재가치 등이 철저한 시스템에 의해 계산된다. 물론 해당 구단의 재정 상황에 대한 고려도 필수적이다. 계약에 따른 재정 지출과 그로 인해 파생될 가치에 대한 계산이 경영 및 재무 이론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선수 영입시 증대될 기념 상품에 대한 매출 예측치도 FA 계약 규모 산정에 들어간다. 이러한 면과 비교하면 국내 구단의 FA계약 과정은 매우 전근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거론되는 이야기에 대한 반론이다. 과연 해외 유턴파 황재균, 김현수는 '100억원'의 영입 가치가 있는 선수들인가. 도대체 '100억원'이라는 기준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아무래도 해외 유턴파라는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왔다는 점. 하지만 이런 점이 도대체 왜 선수들의 몸값, 말하자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는 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황재균과 김현수가 미국 무대를 통해 보여준 게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실질적인 메이저리거로 활약하면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한국 무대로 돌아온 것이라면 몸값의 상승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엄밀히 따지면 마이너리거였다. 특히 황재균은 올해 1년 동안 메이저리그에 단 18경기만 뛰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국내로 유턴했을 때 4년간 150억원을 받았다. 이대호는 그런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치며 보여준 실력이 확실하다. 특히 실력 외에도 이대호가 프랜차이즈팀 롯데 자이언츠 복귀로 불러일으킬 파생 효과가 엄청나다. 티켓 파워와 구단 이미지 상승 효과가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면을 감안하면 롯데 구단의 지출은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황재균이나 김현수에게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력 면에서도 팀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야구계에서는 이미 황재균이 kt 위즈와 100억원대 계약을 잠정적으로 체결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대호급에는 못미치고, 최형우급 대우에 맞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무대에서 한 시즌 평균 11.5(10시즌 115개)개의 홈런에 평균 59타점(10시즌 594개), 2할8푼6리의 타율을 기록한 황재균과 12시즌 통산 3할1푼7리 260홈런(평균 약 22개), 1031타점(평균 약 86개)을 기록한 최형우를 동일 가치 선상에 놓는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kt가 정말로 이런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면 구단 수뇌부의 경영 판단에 심각한 오류가 생겼거나 혹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다른 요인이 개입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