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우승은 잉글랜드의 유스시스템이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잉글랜드에 사상 첫 U-17 월드컵 우승을 안긴 스티브 쿠퍼 감독의 말이다. 잉글랜드는 28일(한국시각) 인도 콜카타에서 가진 스페인과의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결승전에서 5대2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잉글랜드는 1985년 대회 창설 이래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스페인은 경기시작 10분 만에 고메스의 왼발슛에 힘입어 리드를 잡았다. 고메스는 전반 31분에도 감각적인 왼발슛으로 다시 골망을 가르면서 스페인은 손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듯 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44분 브루스터의 추격골로 점수차를 1골로 좁힌 채 후반에 돌입했다. 이후 후반 13분 깁스-화이트의 동점골에 이어 포덴이 후반 24분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전세를 뒤집었다. 후반 39분 게히에 이어 후반 43분 포덴이 쐐기포를 터뜨리면서 잉글랜드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7년은 잉글랜드 축구사에서 잊을 수 없는 한해다.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렸던 U-20 월드컵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던 잉글랜드는 17세 대회까지 제패하면서 희망가를 불렀다. 앞서 7월 유럽 U-19 챔피언십마저 차지하며 잉글랜드는 올 한해 무려 3차례의 연령별 대회 우승컵을 차지했다. 잉글랜드식 유스시스템이 제대로 꽃을 피웠다. 사실 잉글랜드의 유스시스템은 스페인, 독일 못지 않게 체계적인 운영으로 정평이 나있다. A대표팀과 마찬가지로 연령별 대표팀도 매번 주요 대회마다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던 잉글랜드는 올해 그 한을 완전히 풀었다.
힘겨운 과정을 거쳤던 U-20 대표팀과 달리 U-17 대표팀은 완벽한 레이스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6승1무에 무려 23골을 폭발시켰다. 8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브루스터는 확실한 재능을 과시했고, 최우수 선수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수상한 포덴 역시 세계축구계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잉글랜드는 스페인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기술을 과시했다. 쿠퍼 감독은 "이번 대표팀은 잉글랜드 축구가 추구하는 모습을 모두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이제 잉글랜드의 과제는 '이 황금세대를 어떻게 성장시키느냐'다. 잉글랜드는 꾸준히 젊은 재능들을 배출해왔다. 하지만 유망주들을 1군 무대로 데뷔시키는데 주저함이 없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와 달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유망주 대신 검증된 스타를 사오는데 더 익숙하다. 지난 U-20 월드컵 스타들 중 경기에 꾸준히 나서는 것은 에버턴의 칼버트 르윈 정도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B팀 혹은 2부리그를 전전하고 있다. 월드컵을 통해 재능을 확인한 젊은 선수들을 어떻게 1군까지 안착시키고, A대표팀으로 끌어올릴 것인지가 잉글랜드의 관건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