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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놓친 대구, 하지만 '원 스피릿'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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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팀이 더 단단해졌다."

대구는 2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인천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 홈 경기에서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아쉬운 결과였다. 대구는 전반 막판 에반드로의 골로 리드를 쥐는 듯했다. 하지만 VAR(비디오판독시스템) 판독 결과 무효 처리됐다. 득점 장면 전 김선민의 반칙이 있었다. 이후 후반 39분 인천의 중앙 수비수 하창래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도 잡았지만, 득점엔 실패했다.

"아~ 이번에 이겼으면 참 좋았을텐데…." 조광래 대구 대표의 아쉬움이다. 하지만 목소리는 밝았다. "아쉽긴 해도 팀이 잘 가고 있는 것 같아 고맙고 뿌듯하다."

아쉬운 결과에도 뿌듯하다는 조 대표. 다 이유가 있었다. 조 대표는 "대구가 단지 하나의 축구단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팀이 되는 것 같다"며 "지역사회의 믿음과 애정, 그리고 관심을 뜨겁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후원단체 '엔젤클럽'이 대구에 내려진 벌금 1000만원을 모금, 23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에 전달키로 했다. 대구는 지난 13일 연맹 상벌위원회를 통해 벌금 징계를 받았다. 엔젤클럽은 지난달 24일 전북전 VAR 2골 취소 관련, 32라운드 인천전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활용해 전북전 골 취소에 항의했다. 이에 연맹은 대구에 관리 책임을 물어 벌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대구가 하나로 뭉쳤다. 엔젤클럽은 자발적 모금 활동을 통해 벌금의 세 배에 달하는 3000여만원을 모았다. 엔젤클럽은 이를 23일 연맹에 직접 대납할 계획이다. 대구 서포터스인 '그라지에'도 힘을 모았다. 200만원의 성금을 대구에 전달했다. 조 대표는 "지역에서 십시일반으로 팀에 힘을 주신다.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라며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는 길 밖엔 없다"고 말했다.

엔젤클럽에 모인 돈은 3000만원, 대구의 벌금은 1000만원. 따라서 2000만원의 차액이 생긴다. 엔젤클럽은 남은 금액을 대구 구단 운영비로 전달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연맹에 벌금 대납 후 잔금을 구단 운영비로 전달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대구 시민들의 피땀이 어린 돈이다. 팀에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전 2골 취소의 나비효과. 승리를 놓쳤다는 생각에 아쉬움도 남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조 대표는 "그 날 이후 선수단이 똘똘 뭉쳤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어려운 일을 겪으며 팀이 진짜 '원 스피릿'을 잡았다"고 말했다.

35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대구(승점 38)는 리그 8위다. 강등권인 11위 전남(승점 33)과의 차이는 승점 5점이다. 남은 경기는 3경기. 안심할 수 없는 위치다. 조 대표는 "남은 경기 꼭 승리로 장식해 잔류와 동시에 지역 사회에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