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감독과 애런 헤인즈의 궁합은 도대체 뭘까.
서울 SK 나이츠의 상승세가 무섭다. SK는 21일 부산 kt 소닉붐을 꺾고 개막 4연승을 질주했다. 2연승 후 간판가드 김선형을 부상으로 잃었지만, 김선형 없이도 2승을 더 추가했다. 1주일 4경기 지옥 일정임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결국 핵심은 애런 헤인즈다. SK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신들이 내쳤던 헤인즈에게 다시 손길을 내밀었다. 문 감독은 헤인즈를 데리고 세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우승은 못했다. 우승을 하겠다며 정통 센터들을 찾았다. 하지만 헤인즈 없이 두 시즌 동안 6강 문턱에도 못갔다. 결국 계약 마지막 해인 문 감독은 '6강 보증수표'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한국나이로 37세인 헤인즈가 SK 시절 기량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 지 물음표를 붙였다. 하지만 헤인즈는 그 때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한국 무대 적응력과 노련미까지 더해져 SK에서 더 무서운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kt전은 4쿼터 9점 밀리고 있는 경기를 혼자 뒤집어버렸다. 결승 득점 포함 4쿼터에만 14득점. kt에서 1대1로 헤인즈를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헤인즈는 "그렇게 계속 공격 하는데 힘들지도 않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전혀 힘들지 않다. 준비를 잘했다"고 답했다.
지난 두 시즌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에 있을 때도 물론 잘했다. 팀을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으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SK에서 헤인즈가 보여주는 모습은 또 다르다. 추일승 감독의 톱니바퀴 돌아가 듯 맞춰진 조직 농구에서보다, SK에서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에서 자신의 진가를 더 발휘하는 듯 하다. 헤인즈도 이에 대해 "오리온이 좋지 않은 팀이라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SK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농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소위 말하는 '헤인즈 몰빵 농구'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헤인즈가 득점을 하며 팀 승리를 이끈다. 나머지 국내 선수들은 조력자에 불과해 보인다. 그래서 헤인즈가 SK에 있을 때 문경은 감독 별명이 '문애런'이었다. 작전 타임 때 무조건 애런만 찾는다 해서 붙여진 것이다.
물론, 헤인즈가 엄청난 공격 비율을 차지하는 건 맞다. 그런데 이렇게 성공률이 좋은 선수를 두고 '문애런'의 부끄럼움 때문에 굳이 다른 선수에게 공격을 맡길 이유도 없다. 프로는 일단 이겨야 한다. 혹사로 선수가 지치고 불만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것도 아니니 큰 문제가 없다.
또, 실제 따지고 보면 모든 게 헤인즈 위주인 것도 아니고 헤인즈가 약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헤인즈는 kt전 마지막 결승 득점 상황에 대해 "내가 넣고 싶어서가 아니라, kt 선수 구성상 나를 막을 선수가 마땅치 않아보여 공격을 자원했다"고 했다. 이는 kt 조동현 감독도 "우리팀이 헤인즈와 1대1 매치가 되는 선수가 없는 약점이 있다"고 인정한 부분. 그만큼 폭넓게 게임을 읽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결승골 이전 작전에서는 헤인즈가 공을 잡고 외곽 김민수에게 공을 빼주는 패턴을 하다 실책이 나와 공격이 무산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상대팀 감독들은 "헤인즈의 득점도 무섭지만, 헤인즈로 인해 파생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가 엄청나다. 헤인즈가 판을 흔들어주니 김선형, 최준용 등 잠재력 있는 국내 선수들의 능력이 발휘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 감독은 헤인즈의 약점에 대해 "상대 빅맨을 데리고 하는 2대2 플레이에 약점이 있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체력적인 문제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걱정의 시선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풀어야 할 건 테리코 화이트와의 호흡. 2, 3쿼터 SK가 확실하게 상대를 누르려면 두 사람의 호흡이 중요한데, 에이스 기질이 다분한 두 사람의 공격 본능이 아직은 조금씩 충돌하는 듯한 모습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