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 조 매든 감독의 두 번째 퇴장을 선언한 구심이 자신의 판정이 잘못됐다고 시인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LA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발생한 일이다. 컵스는 3-1로 앞선 8회초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데이비스는 선두타자 저스틴 터너에게 좌중간 솔로홈런을 내줘 한 점차로 쫓겼다. 이어 야시엘 푸이그의 볼넷이 나왔고, 안드레 이디어는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1사 1루 상황에서 커티스 그랜더슨이 타석에 섰다.
그랜더슨은 볼카운트 2S 이후 몸쪽으로 떨어지는 공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이 경기 구심을 맡은 짐 울프는 삼진 시그널을 취했다. 포수 윌슨 콘트레라스의 미트에 맞기 전 공이 그라운드에 닿았지만, 배트에는 맞지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이때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뛰어나와 항의에 나섰다. 공이 배트에 맞고 떨어졌다는 주장이었다.
울프 구심은 나머지 5명의 심판원들을 불러모아 이야기를 나눈 끝에 판정을 번복, 파울을 선언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컵스의 조 매든 감독이 득달같이 튀어나와 심판진을 향해 거친 항의에 나섰다. 결국 매든 감독은 길게 항의를 한다는 이유로 퇴장 조치를 받았다. 심판진이 판정 논의를 하는 동안 전광판에는 해당 장면의 리플레이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매든 감독은 전광판을 가리키며 울프 구심이 정확히 장면을 보라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매든 감독은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1차전서도 판정에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한 바 있다. 그랜더슨은 다음 공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울프 구심은 자신의 판정이 잘못됐다며 '양심 선언'을 했다. 그는 ESPN 등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어처구니없는 판정을 했다. 해당 장면을 면밀히 살펴봤는데, 공이 그랜더슨의 배트를 지나 포수의 미트에서 떨어질 때까지 들린 소리는 명확히 2개였다"면서 "하나는 공이 그라운드에 닿을 때 나왔고, 또 하나는 포수의 미트에 맞을 때 들렸다"고 설명했다. 즉 그랜더슨의 배트에서 나온 소리는 없었으니 결국 원심인 삼진을 유지했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매든 감독은 당시 두 가지 소리에 대한 설명을 할 수는 없었다. 상황이 끝난 뒤에도 매든 감독은 이같은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 매든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지금 마음 같아서는 여기 앉아 있기보다는 심판들에게 달려가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판정 과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만일 그랜더슨이 다음 공을 쳐서 안타를 만들었다면, 난 클럽하우스에서 속옷을 꺼내입고 뛰쳐나왔을 지도 모른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는 "2개의 소리가 들렸다고 하는데, 분명히 파울팁 소리는 아니었다. 심판진이 그 소리를 듣고도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경기 후반 4만명이 넘은 사람들이 있는 와중에 맨 앞줄 여성 팬이 외치는 소리일 수도 있다. 분명히 잘못된 판정이다"이라고 했다.
KBO리그와 달리 메이저리그에서는 파울 여부에 대해서는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없다. 다만 심판진이 필요하다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