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운명을 맡겨야 할 판이다.
야심차게 닻을 올렸지만, 풍랑이 거세다. 신태용호는 망망대해에서 표류중이다. 러시아-모로코 유럽 원정 평가전 2연전 참패. "한국의 월드컵은 이미 끝났다"라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엉켜버린 실타래.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8년 러시아월드컵. 운명의 조 추첨은 12월 2일(한국시각) 모스크바에서 진행된다. 한국은 4번 포트다. 러시아월드컵부터 포트 분류 기준이 간소화됐다. 10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잣대다. 한국은 62위.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 중에서도 다섯 번째다.
누굴 만나도 어렵다. 결국 가능성이다. 그나마 해볼 만한 편성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말 그대로 '천운'이 필요하다.
한국은 '죽음의 조'에 속할 확률이 높다. 랭킹으로 포트를 나눠, 2번 포트 심지어 3번 포트까지 세계적 강호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18일 현재 본선행을 확정한 팀은 23개국. 랭킹 1위 독일을 시작으로 브라질(2위), 포르투갈(3위), 아르헨티나(4위), 벨기에(5위), 폴란드(6위), 프랑스(7위)가 1번 포트다. '개최국' 러시아(65위)까지 총 8개 팀.
2번 포트도 쟁쟁하다. 랭킹 8위 스페인이 있다. 이어 잉글랜드(12위), 콜롬비아(13위), 멕시코(16위), 우루과이(17위)도 이름을 올렸다. 끝이 아니다. 페루(10위), 스위스(11위), 이탈리아(15위) 등이 최종예선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 2번 포트에 속한다. 1번 포트 팀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구성이다.
아직 윤곽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3번 포트도 만만치 않다. 아이슬란드(21위), 코스타리카(22위), 이집트(30위), 이란(34위)이 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크로아티아(18위), 덴마크(19위), 튀니지(28위), 세네갈(32위)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랭킹만 놓고 봤을 때 최악의 편성은 독일(1위)-스페인(8위)-크로아티아(18위)-한국(62위)이다. 1, 2번 포트 상대가 달라진다 해도 체감은 크지 않다. 독일이냐 프랑스냐, 또 스페인이냐 우루과이냐 정도다.
이리 봐도 가시밭, 저리 봐도 가시밭이다. 그래도 솟아날 구멍 하나 없을까. 그나마 해볼만 한 구성은 러시아(폴란드)-잉글랜드(스위스)를 만나는 경우다. 러시아는 개최국이지만, 다수의 귀화선수에 세대교체가 겹쳐 확실한 원팀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 폴란드는 그간 월드컵 예선 땐 강했지만, 본선 무대에선 기대 이하였다. 이는 잉글랜드도 마찬가지. 또 스위스는 뛰어난 조직력을 갖췄으나, 해결사 부재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3번 포트에선 랭킹 상 이집트(30위), 이란(34위) 정도를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나마 해볼만 한'이다. 설령 그런 조편성이 나오더라도 매우 버겁다. 한국의 현주소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