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봄날'은 찬란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에서 1무2패에 그쳤던 한국 축구는 '중흥기'를 맞이했다. '앙팡테리블' 고종수와 '라이언킹' 이동국, '테리우스' 안정환, '샤프' 김은중, '시리우스' 이관우 등 그라운드엔 스타의 향연이 펼쳐졌다. 소녀팬들이 몰린 경기장은 콘서트장 못잖은 열기를 뿜었다. 열띤 성원을 등에 업은 그라운드에도 명승부의 꽃바람이 불었다. 그 시절의 K리그는 실력 뿐만 아니라 인기 면에서도 '아시아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세월은 흔들고 '별'도 빛이 바랬다. 그들의 열정은 그라운드에서 새로운 꽃을 피우고 있다. 고종수 코치(수원 삼성)가 첫 걸음을 뗐다. 지난 2011년 수원 삼성 18세 이하(U-18)팀인 매탄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고 코치는 트레이너와 코치, 스카우트, 2군 전담 등 착실하게 코스를 밟아가고 있다. 현역시절 미처 풀어놓지 못한 기량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한때 슬럼프를 겪었던 염기훈의 왼발이 살아났고, 권창훈(디종)은 A매치 출전을 넘어 유럽 무대에 진출하며 '메이드 인 수원'의 위상을 드높였다. 일찌감치 지휘봉을 잡은 지도자도 있다. 2014년 울산 현대서 은퇴한 박동혁은 올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아산에서 감독대행직을 맡았다. 나락에 떨어질 뻔한 팀을 구해내 플레이오프권에 도전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별들의 회귀'는 현재진행형이다. 2012년부터 수원 삼성 유스팀 지도자로 활약해왔던 이관우는 최근 수원FC 코칭스태프 물망에 올라있다. 최근 수원 사령탑에 오른 김대의 신임 감독을 보좌할 전망. 이관우는 수원 삼성 시절 김대의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현역시절 '차세대 미드필더'로 각광을 받았던 이관우는 유스권에서 착실하게 기량을 쌓아왔던 터라 수원FC에서 역할을 잘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은중 역시 복귀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1월 투비즈에 합류해 한국인 지도자 유럽 진출로 화제를 모았던 김 코치는 2016~2017시즌 벨기에 2부리그 소속 투비즈의 감독대행을 맡아 잔류를 이끌어내 화제를 모았다. 지도자 연수로 착실하게 복귀 준비를 하고 있는 그는 전북 현대에서 '현역'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이동국과 동기생이다.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던 김은중과 이동국이 지도자와 선수로 그라운드에서 다시 맞대결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K리그 황금세대'를 만들어낸 팬심은 세월 속에 희미해졌다. 팬심을 먹고 자란 그들이 과연 후배들을 꽃피울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