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추억만들기'에요."
훈련을 마친 그는 더그아웃 구석에 조용히 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어딘지 긴장돼 보이는 얼굴. 두산 베어스 주전 3루수 허경민이었다. 17일 잠실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앞두고 긴장한 것일까. 허경민은 "그건 아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단지 경기를 앞두고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중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허경민에게 조심스레 가을 잔치를 치르는 소감을 물었다. 허경민에게 가을 야구는 낯설지 않다. 지난 2012시즌부터 올해까지 벌써 다섯 번째(2012, 2013, 2015, 2016, 2017) 시즌이다. 초년병처럼 설레거나 하는 마음은 없다. 그렇지만 허경민은 나름 특별한 의미를 이번 가을에 부여하고 있었다. 바로 '추억 만들기'였다. 벌서 오래된 생각이다.
허경민은 "예전부터 포스트시즌에 나설 때마다 '멋진 추억을 만들자'는 생각을 해 왔어요"라고 했다. 이어 "다들 포스트시즌을 '가을 잔치'라고 하잖아요. 너무 들뜨는 느낌이라 그 대신 저는 '추억만들기'라고 생각해요. 한 시즌 동안 함께 열심히 뛰어온 동료들과 함께 만드는 추억이죠"라고 덧붙였다.
허경민이 '추억'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이 가을이 지나면 경우에 따라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료와 이별을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 시즌 종료 후 스토브리그에서 FA 이적이나 트레이드를 통해 동료가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다. 프로의 어쩔 수 없는 속성이다. 허경민은 "이 좋은 멤버들하고 내년에도 똑같이 야구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같이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이번 가을, 포스트시즌도 마찬가지에요. 정말 한 시즌 잘 해왔던 것처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2017년 가을, 허경민과 베어스 동료들은 멋진 추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들이 써 내려갈 '추억만들기'가 사뭇 기대된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