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만 노리고 있었다."
NC 다이노스 나성범은 11일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후 이렇게 홈런 상황을 설명했다. 나성범은 5회 롯데 두 번째 투수 김원중을 상대로 5-4 리드 상황서 결정적인 투런포를 때려냈다. 김원중의 빠른 직구를 잘 받아쳤고, 공은 좌중간 펜스를 넘어갔다. 김원중의 공에 힘이 있었기에 나성범도 조금 밀리는 타구를 만들어냈지만, 그 밀어내는 힘 조차 너무 강해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 펜스를 넘어갔다.
나성범은 "정규시즌에도 김원중이 항상 직구로 승부해왔다. 그래서 직구만 기다리고 있는데 실투가 들어왔고, 운 좋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직구만 기다리던 강타자에게 직구를 던져 홈런을 맞은 것, 결국 볼배합 싸움에서 배터리가 상대 타자에 밀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 있다. 이날 김원중의 공에는 힘이 넘쳤다. NC 하위 타순은 4회 김원중의 직구를 알고도 못쳤다. 하지만 나성범은 달랐다. 나성범을 상대로는 조금 더 조심스러운 승부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S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유인하는 변화구 하나가 들어갔다면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을 지 모른다.
포스트시즌은 이런 세밀한 플레이 하나하나가 승부를 가른다. 이날 1회초 전준우가 당한 견제사도 뼈아팠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준플레이오프 부진하던 전준우가 행운의 안타로 출루했다. 사실 3루수 내야플라이가 돼야할 타구가 안타로 변신했다. 롯데와 전준우에게는 매우 기쁜 일이었고, 반대로 NC와 선발 맨쉽은 의외의 타구 한방으로 사기가 떨어질 뻔 했다. 큰 경기 선취점의 중요성은 더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선취점을 내준다면 NC는 압박 속에 경기를 치러야 할 뻔 했다. 하지만 포수 김태군의 칼날같은 견제 한 방으로 전준우가 잡히고 말았다. 경기 후 NC 김경문 감독이 "김태군의 플레이 하나에 상대에게 넘어갈 분위기가 우리쪽으로 왔다"고 코멘트 했을 정도로, 이날 경기 숨겨진 승부처였다. 경기 초반이기에 리드 폭을 많이 넓힌 필요가 없었다.
6회초 만루 상황 롯데 박헌도의 외야 플라이 때 3루주자 전준우가 홈에서 아웃된 것도 롯데에는 아쉬운 장면. 레이저 송구를 보여준 NC 우익수 나성범을 칭찬해야 하지만, 홈을 파고들던 전준우가 손을 직선으로 뻗는 게 아니라 왼손을 감추고 오른손을 바깥쪽으로 돌려 홈 터치를 시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찰나의 순간, 주자가 태그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세이프를 얻어내는 상황들이 최근 많아지고 있는데, 전준우가 너무 정직한 승부를 했다.
8일 열렸던 1차전도 마찬가지다. 양팀 모두 살 떨리는 1회초 NC는 선취점을 냈는데, 이는 박민우의 재치 덕분이었다. 2사 3루 상황서 상대의 폭투 때 공이 짧은 바운드로 튀어나갔지만 지체 없이 홈을 파고들어 선취점을 만들어낸 게 NC에 승기를 가져다줬다.
물론, NC도 실수가 있었다. 0대1로 패한 2차전 5회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으로 출루한 김태군이 1사 상황 모창민의 중견수 플라이 때 어이없는 주루사를 당했다. 타구가 중견수 키를 넘어갈 줄 알고 2루 베이스를 찍고 지나갔다, 타구가 잡히자 황급히 돌아왔지만 횡사했다. 많은 찬스가 나지 않는 경기에서는 그런 본헤드 플레이가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