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의 신' 양학선(25·수원시청)이 3년만의 세계선수권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또 한번 아쉬움의 눈물을 삼켰다.
양학선은 9일 새벽(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제47회 국제체조연맹(FIG) 세계선수권 도마 결승 직전 기권했다. 양학선의 후배이자 한체대 에이스 김한솔이 선배의 빈자리를 채웠다.
절대 강자 양학선의 부재는 경쟁자들에게는 금메달 기회였다. 마루 금메달리스트 시라이 겐조(일본)가 1-2차 시기 평균 14.900점으로 1위에 올랐다. 이고르 라디필로프(우크라이나)가 14.899점으로 2위에올랐다. 양학선과 나란히 결선에 오른 김한솔(한체대)은 마지막 순서로 연기에 나섰다. 1차 시기 14.966점을 받았다. 2차 시기 14.649점을 찍으며 1-2차 시기 평균 14.766점으로 3위에 올랐다. 전날 메달을 기대했던 마루종목에서의 실수를 만회하며 세계선수권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라이와 포옹하며 우정을 나눴다.
예선에서 나홀로 15점대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로 결선에 올랐던 양학선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무대가 됐다. 햄스트링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4일 예선 1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이후 다리 상태가 더욱 나빠지며 도움닫기를 위한 전력질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014년 세계선수권에서 부상을 참고 뛴 결과 예선 1위에 올랐지만 결선에서 7위에 그친 바 있다. 대한체조협회는 선수보호를 위해 마지막 순간 기권을 결정했다. 2013년 안트워프 대회 금메달 이후 4년만의 금메달을 아쉽게 놓쳤다.
지난 7년간 세계를 제패해온 '도마의 신'의 팔다리는 성한 곳이 없다. 2014년 이후 지난 3년은 부상과의 싸움이었다. 공중에서 3바퀴, 3바퀴반을 돌아내려면 체공 시간을 늘려야 한다. 절대적인 높이를 확보해야 하려면, 달리기, 도움닫기, 손짚기까지 전과정에서 엄청난 파워를 요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을 위한 부하는 고스란히 50㎏ 남짓한 몸에 새겨졌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도마 은, 단체 은),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단체 은)까지 부상없이 나선 대회가 없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선발전을 앞두고 훈련중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선수 생명을 걱정해야할 만큼 큰 부상이었지만 양학선은 의연했다. 1년만에 돌아온 올해 초 대표선발전에서 통증을 참고 '양1'을 뛰었다. "자신의 기술을 뛰지 않으면 경기를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독한 각오를 피력했다.
3년만의 세계선수권 현장에서, 고질인 햄스트링 부상이 도졌다. 지난 예선 1위 이후 통증이 심해졌지만 물러설 순 없었다. 햄스트링 부상의 경우 축구선수들은 대부분 통상 4주 이상을 휴식한다. 도마 앞에 선 양학선은 그 어느때보다 비장했다. 작정한 듯 전력질주했지만 결선까지 뛰기에는 부상이 심각했다.
유옥렬(현 경희대 감독)이 1991년 인디애나폴리스, 1992년 파리대회에서 도마 종목을 2연패했다. 유옥렬은 1993년 버밍엄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1994년 브리즈번 대회에선 여홍철(현 경희대 교수)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6년 산후앙 대회에서 여홍철이 은메달을 따냈다. 2011년 도쿄, 2013년 안트워프 대회에서는 양학선이 2연패했다. 2017년 몬트리올에서는 김한솔이 이 종목 동메달을 목에 걸며 '도마 에이스' 계보를 이어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