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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운용 부위원장,마지막 일정은 진천, 눈감는날까지 스포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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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연휴인 3일 새벽,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수석 부위원장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지난달 27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 개촌식이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이날 역대 대한체육회 회장단과 함께 맨 앞줄에 앉아 개촌식의 처음과 끝을 묵묵히 지켰다. 86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정정한 모습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붐업을 위한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김운용재단의 관계자는 "지난주에 평창에 다녀오셨고, 이번주엔 진천에 다녀오셨다. 진천에 다녀오신 이후 며칠간 컨디션이 안좋으셨다. 이번달 말 열리는 첫 김운용컵 태권도 대회를 준비하시는 중이셨는데… 무리하셨던 것같다"고 했다. "어제 몸이 안좋으셔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새벽에 주무시다 영면하셨다"고 고인의 마지막을 전했다.

김운용 위원장은 대한체육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을 역임한 한국 스포츠 외교의 역사이자 레전드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시드니올림픽 남북 동시 입장,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을 창설한 태권도 수장으로서 태권도의 세계화를 이끌었고, 1994년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정식종목으로 유지되는 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 스포츠를 위해 헌신할 시간이 많지 않음을 감지했던 것일까. '영원한 올림피언' 김 전 부위원장은 최근 들어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11월 사단법인 김운용스포츠위원회를 설립해 올림픽운동 증진, 한국 스포츠 발전과 스포츠 외교 강화, 태권도 육성과 세계화를 주창했다. 올림픽 글로벌 지도자 육성, 스포츠 외교 및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 개최, 태권도 지원 사업 등을 준비했다. 김운용 위원장은 "스포츠는 분쟁과 갈등을 뛰어넘어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특별한 분야다. 1988년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국가 발전의 활력과 자신감을 가져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스포츠가 꾸준히 발전해 국민의 심신 건강과 한국 외교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수차례 평창을 오갔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 삼은 '태권도의 세계화, 콘텐츠화'를 위해 마지막 열정을 불살랐다. 김 전 부위원장은 특히 이달 28일부터 5일간 한양대 올림픽체육관과 국기원에서 펼쳐질 제1회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 준비를 꼼꼼히 챙겨왔다. "1994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는 208개국에서 8000만 명이 즐기는 한류의 원조"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태권도로 전세계와 소통하고 쇄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었다. 자신의 이름을 건 '김운용컵' 개막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눈을 감았다.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마지막 칼럼에서도 그는 오직 태권도와 스포츠 걱정뿐이었다. '가라테의 약진'이라는 마지막 글에서 그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가라테가 공식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태권도의 위기를 직시하고 경고했다. '마세리아 프랑스 NOC 위원장이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가라테를 추가종목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파리는 유도, 가라테 강국이다. 도쿄올림픽에서의 관람객수와 TV 시청률을 참고하겠다고 원칙적인 언명을 했다.(중략) IOC 공식역사 저술자이며 전 런던타임즈 특파원 데이비드 밀러(David Miller)는 2024년에 유사종목인 가라테와 태권도를 IOC집행위원회가 비교 선별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시사했다. 태권도는 가라테에 비해 TV에 더 노출시키고 더 발전시키려는 젊은 지도자들이 없다. 서울의 WTF도 그 포럼에 들어 있지도 않고 한국 내 기반 없이 해외 몇 사람 기반 위에 서 있다고 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평생 스포츠와 스포츠인을 사랑한 글로벌 체육인이자 올림피언,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헌신한 큰 별이 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