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 먹튀'는 선수에게도, 구단에게도 치욕스러운 단어다. 2017년 정규시즌이 폐막을 앞둔 가운데 구단별 희비도 엇갈렸다.
지난 겨울 KBO리그 FA 시장은 역대 최고 '돈 잔치'였다. KIA 타이거즈와 계약을 체결한 최형우가 역대 최초로 100억원 시대를 열더니, 롯데 자이언츠로 컴백한 이대호가 4년 총액 150억원으로 단숨에 기록을 넘어섰다. 이대호, 최형우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몸값이 여전히 고공행진한 가운데, 영입 전쟁도 무척 치열했다. 몸값 거품 논란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비싼 돈을 주고 영입해 제대로 효과를 본 팀들도 있고, 최악의 결과로 전전긍긍하며 시즌을 보낸 팀들도 있다. 새로운 FA 시장의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팀별 평가표를 살펴봤다.
▶A: KIA, 롯데
대형 FA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결국 팀 성적과 연관된다. 올해 FA들의 '덕'을 가장 많이 본 팀은 단연 KIA와 롯데다. KIA는 현재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정규시즌 우승도 가까워졌다. 2009년 통합 우승 이후 8년만의 성과다.
KIA가 불펜이 불안해 마운드가 완벽하지 않은데도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타선 덕분이었다. 그 중에서도 최형우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최형우가 9월 들어 슬럼프를 겪고 있지만, 시즌 초부터 8월까지 보여준 모습은 100억원의 가치 그 이상이었다. 타율 3할4푼5리에 26홈런, 120타점으로 찬스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고, 최형우의 합류로 KIA 타선은 피해갈 곳이 없어졌다.
지난해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롯데는 올해 드디어 가을야구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제는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칠 수도 있을만큼 페이스가 올라왔다.
100만 관중 돌파까지 포함,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롯데는 이대호의 장내외 존재감을 무시할 수가 없다. 전반기에는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이대호라는 핵심 선수의 상징성이 불러온 효과가 무척 컸다. 또 복귀 시즌에 30홈런-110타점을 모두 돌파하면서 변함없는 위력을 과시 중이다.
▶B: LG, 두산
지난해 FA 시장에서 '투수 빅3' 중 한 명인 차우찬과 계약한 LG 트윈스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 차우찬은 리그 최약체인 팀 타선 때문에 9승7패에 그쳤으나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해줬다. 안정감만큼은 팀내 최고였고, 전반기 막바지 피로 누적으로 한 차례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을 빼면 특별한 부상없이 시즌을 잘 보냈다. 하지만 LG가 9월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내부 FA였던 정성훈은 올시즌 외국인 타자의 부재에도 제 몫을 다해줬으나 봉중근은 계약 이후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두산 베어스도 지난해 우승 주역이었던 김재호, 이현승과 모두 계약을 체결했다. 김재호는 '리드오프'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면서 공수 활약을 이어갔지만, 올해는 부상에 발목이 잡혀 91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어깨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고, 9월 들어 아직도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현승 역시 올해는 지난해만큼 위력적인 공을 뿌리지 못하고 있다.
▶C: 삼성
가장 재미를 못 본 팀이 삼성 라이온즈다.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규시즌 9위를 확정했다. 특히 전반기에는 10위를 허덕일 정도로 팀 성적이 좋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동반 부진한 가운데, FA 이적생들의 활약도 적었다.
윤성환과 더불어 국내파 선발 '원투펀치'를 맡아주길 기대했던 우규민은 올시즌 6승10패로 부진했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 외에도 팔꿈치 통증으로 로테이션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내야수 이원석 또한 18홈런-62타점으로 펀치력은 나쁘지 않았으나 타율이 2할7푼으로 저조했다. 삼성은 구단의 자금력이 이전보다 나빠진 상황에서 과감한 외부 영입을 실행했고 차우찬-최형우가 나가 생긴 공백을 채우려고 했으나, 올시즌은 실패로 남게 됐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