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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경의 J사커]러W, 이대로면 日보다 뒤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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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A매치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일본은 일찌감치 모의고사 일정을 잡았다. 10월엔 안방에서 뉴질랜드, 아이티와 2연전을 치르고 11월에는 유럽으로 건너가 브라질전을 가진 뒤 벨기에 또는 스위스와 평가전을 갖는다. 8월 31일 호주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9차전 승리로 본선행을 조기 확정한 지 2주 만에 모든 일정을 준비했다. 내년 3월에도 해외 원정 2연전으로 A매치를 소화할 예정이다.

팀빌딩 방향도 잡아놓았다. 신태용호와 맞대결을 앞둔 12월 동아시안컵(E-1 챔피언십)에선 '국내파 최종점검'이라는 목표가 설정됐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대표팀 감독은 25일 도쿄 도내에서 가진 대회 기자회견에서 "J리거들을 시험할 좋은 기회다. 이들 중 누가 본선까지 갈 지 흥미롭다"면서 "J리그 최종전 일정을 마치고 1주일 간 소집훈련 기회를 받았다. 선수들이 '나를 믿어달라', '나를 봐달라'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특유의 준비성처럼 보인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그림이다. '할릴 재팬(할릴호지치 감독의 이름을 딴 일본 대표팀 애칭)'은 말 그대로 격랑을 헤쳐 나아가고 있었다. 호주전이 벼랑 끝이었다. 협회가 할릴호지치 감독의 경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올랭피크 리옹, 카메룬 대표팀 등을 이끌었던 폴 그랭 감독이 후임자로 내정됐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2015년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최하위 뿐만 아니라 3차예선 싱가포르전 무승부, 최종예선 아랍에미리트(UAE)전 패배를 안방에서 목도하며 누적된 불신이 원인이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처신도 문제였다. 지난해 10월 호주 원정 기자회견 도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돌출행동을 했고 호주전을 앞두고도 가족 문제로 귀국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며 '압박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덧씌웠다.

본선행이 결정된 뒤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할릴 재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은 호주전 직후 할릴호지치 감독이 본선까지 대표팀을 이끌 것이라고 공언했고, 기술위도 '강팀과 대전하고 싶다'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뜻에 맞춰 발빠르게 평가전 일정을 잡았다. 안팎에서도 할릴호지치 감독이 그동안 일본 대표팀의 문제로 지적된 세대교체를 착실히 이뤄낸 점에 높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플랜B'는 오간데 없다.

한국 축구의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신태용 감독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뒤 찬사가 아닌 비난과 맞닥뜨렸다. 때아닌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입지마저 흔들렸다. 우여곡절 끝에 10월 유럽 원정 2연전을 준비 중이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내년 6월 본선 첫 경기 전까지 크고 작은 논란이 이어질 것 같다. 팀을 이끄는 신 감독이나, 주변에서 그를 지켜보는 이들이나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 것이다.

일본 축구의 변신, 긍정과 부정을 떠나 여러 생각을 갖게 만든다. '결집'이라는 해답 만은 분명하다. 이대로 가다간 러시아월드컵 본선 아시아 최고 성적의 열매는 일본의 차지가 될 수도 있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란다.

스포츠2팀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