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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점 잘 던지던 류현진, 로버츠 감독은 왜 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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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선수 보호인가, 정상적인 투수 운용인가.

LA 다저스 류현진이 12일만에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류현진은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 D. C.의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4⅔이닝 동안 3안타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1-0으로 앞선 5회말 2사 1,2루 상황. 류현진은 아웃카운트 하나만 추가하면 5이닝을 채우면서 선발승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다저스 벤치는 더이상 여지를 주지 않았다. 이어 등판한 로스 스트리플링이 제이슨 워스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실점을 막아 다저스의 투수 교체는 결과적으론 성공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선발투수가 무실점으로 잘 막고 있는데 5회를 채우지 못하게 한다면 그보다 더 자존심 상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류현진은 4회까지 68개의 공을 던지며 효과적으로 이닝을 이끌어 갔다. 그러나 1-0으로 앞선 5회말 선두 마이클 테일러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은 뒤 맷 위터스와의 승부에서 제동이 걸렸다. 위터스가 류현진의 공을 연거푸 파울로 걷어내며 맞서는 바람에 무려 11개의 공을 던져야 했다. 11구째 커터를 던져 위터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류현진은 다음 타자 투수인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도 어려운 승부를 해야 했다.

스트라스버그도 풀카운트에서 파울 3개를 잇달아 친 뒤 9구째 볼을 골라 걸어나갔다. 류현진은 두 타자에게 20개의 공을 던져 투구수가 급격히 불어났다. 이때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올라갔다. 류현진을 진정시킴과 동시에 불펜에 몸을 풀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트레이 터너에게 풀카운트에서 또다시 볼넷을 허용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주저없이 마운드로 올라가 공을 건네받았다.

5회에만 30개의 공을 뿌린 류현진의 최종 투구수는 98개였다. 한 이닝에 30개의 공을 던진 선발투수가 제구가 흔들리는 상황이라면, 더구나 투구수가 100개에 육박하고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교체 시점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1-0의 리드 속에 베테랑 선발투수가 한 타자만 잡으면 승리요건을 갖출 수 있는 상황이면, 타자 1명 정도는 기다려줄 수도 있는 문제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더구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사실상 확정한 다저스라면 승부를 떠나 류현진에게 더 기회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저스가 보는 시각은 달랐다. 류현진의 이날 등판은 지난 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이후 12일만에 이뤄진 것이다. 류현진은 정상 로테이션이라면 1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나서야 했지만, 그에 앞서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은 등판을 한 번 건너뛴다. 올해 벌써 21경기에 선발로 던져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로테이션을 조정했다. 원투펀치 클레이튼 커쇼와 다르빗슈 유의 일정을 감안한 것도 사실에 포함된다.

다저스 구단은 올해 어깨 수술을 받고 돌아온 류현진에게 집요할 정도로 '관리 모드'를 적용하고 있다. 실제 류현진이 복귀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구단의 이러한 신중한 접근 방식이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등판 간격과 투구수 관리가 그것이다. 올해 류현진은 4일 휴식 후 등판이 4번, 투구수 100개 이상 경기가 5번이다. 어깨 수술은 투수의 인생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사건'이기 때문에 다저스 구단의 이러한 관리 정책은 당연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2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다. 그리고 팀의 마지막 스케줄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3연전 기간에 시즌 마지막 등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경기가 남은 셈인데, '표면적'으로 다저스는 류현진 보호에 잔뜩 신경쓰는 모습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