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부대의 반격이 매워도 너무 맵다.
아직 순위 싸움이 한창이다. 2위 두산 베어스와 3위 NC 다이노스가 1.5게임 차. 4위 롯데 자이언츠는 NC를 3게임으로 뒤쫓고 있다. 5위 LG 트윈스부터 7위 넥센 히어로즈까지는 1게임 차로 몰려있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충분히 뒤바뀔 수 있는 상황.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들이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고춧가루' 부대다. 가을 야구가 멀어진 하위권 팀들이 부담을 다소 던 채로 반격에 나서고 있기 때문. 시즌 초만 하더라도 9위 삼성 라이온즈, 10위 kt 위즈전은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kt의 기세가 가장 무섭다. 9월 8경기에서 6승2패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팀 타율이 3할2리(2위), 홈런이 14개(2위)다. 불안한 마운드 속에서도 타선은 폭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상위권 팀들을 계속해서 만났다. 지난 2일 수원 SK 와이번스전에선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를 선발로 내고도 7대15로 완패했다. 그래도 8, 9회 끝까지 추격했다. 그러더니 3일 경기에서 13대5로 설욕했다. 쉽게 2연전을 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넥센은 5~6일 수원 kt전에서 2연패를 당했다. 가장 뼈아픈 패배였다. 이전까지 상대 전적 8승3패로 앞서 있었지만, 9월의 kt는 만만치 않았다. 넥센은 이 때부터 4연패를 당하면서 순위가 5위에서 7위로 추락했다.
kt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7일 잠실 두산전에서 7대3으로 승리했다. 이날 KIA 타이거즈가 패했기 때문에, 두산으로선 1위를 추격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고춧가루 부대를 피하지 못했다. 8일 경기에선 가까스로 3대2 승리를 거뒀다. 자칫하면 연패가 될 뻔 했다. 그리고 kt는 9일 수원 롯데전에서 3대2로 이겼다. 이날 롯데 린드블럼과 kt 정성곤의 선발 맞대결이었다. 시즌 전체 기록을 보면, 롯데의 우위가 점쳐졌다. 그러나 kt는 의외의 투수전으로 승리를 따냈다.
지금 kt의 기세라면 상위권팀들도 긴장해야 한다. 롯데에 이어 넥센-LG-KIA가 차례로 kt를 만나야 한다. 5위에 올라서야 하거나, 선두를 지켜야 하는 팀들이다. KIA는 kt와 6경기나 남겨두고 있다. 상대 전적 5승5패로 맞서고 있어, 더욱 불안하다. LG가 4경기, 넥센이 3경기로 역시 적지 않은 일정이다.
8위 한화 이글스와 9위 삼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화는 8월 이후 16승15패로, 이 기간 3위에 올라있다. 주전급 야수들이 대거 이탈했음에도 밀리지 않는다. 9일 대전 NC전에선 윤규진으로 제프 맨쉽을 잡아냈다. 내심 2위를 노리던 NC인데, 하위권 상대 일정에서 발목이 잡혔다. 삼성도 2일 잠실 두산전에서 연패를 끊은 뒤에는 2연전에서 꼬박꼬박 1승씩을 따내고 있다.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하위권 팀들로 인해, 순위표도 흔들리고 있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