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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100-42] 마음을 읽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뮤제네프 김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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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마흔 한 두째 주인공은 대한민국 여배우들의 아름다움을 책임지는, 뮤제네프 대표 원장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활란입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양지윤 기자] 마음을 읽는 아티스트, 뮤제네프 김활란.

한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완성시키는 직업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훌륭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자신에게 얼굴을 맡긴 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찾고,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다. 김선아, 김효진, 송윤아, 신세경, 천우희 등 내로라 하는 여배우들의 황금기는 뮤제네프 대표원장 김활란의 터치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저 메이크업 테크닉만 좋으면 그런 훌륭한 메이크업이 완성되는 것일까. 그게 사실이라면 메이크업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기술자'의 전유물이었을 터. 메이크업이 아티스트의 영역이 된 것은 사람의 마음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상의 마음을 메이크업으로 투영시키는 것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본질일지 모른다. 마음을 읽는 아티스트 뮤제네프 대표원장 김활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활란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주마다 다른데요. 연예인과 고객들 스케줄이 1순위에요. 하지원씨 드라마 '병원선' 첫 촬영이었는데, 새벽 2시반에 출발했어요. 드라마 촬영일 같은 경우는 시간이 갑자기 픽스 되니까, 일단 미팅도 많고, 홍보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뮤제네프 신제품 회의도 있어요. 시간을 빠듯하게 쓰는 편이죠.

-새벽 두시반 출발요? 정말 근성이 있어야겠네요.

▶맞아요. 그리고 바른 인성도 중요해요.이 직업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진정성 없으면 바로 들통나요. 인성교육은 집이나 학교에서 필요한 건데, 그 단계에서 충분치 않으면 사실 힘들어요.

-무슨 일이든 성공하려면 인성이 먼저군요.

▶제가 보기엔 테크닉은 열심히 하면 돼요. 하지만 테크닉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잖아요. 물론 기술도 있어야겠지만 감정이 오가는 직업에는 인성이 정말 중요하죠. '꾸준히 하겠다. 여기서 내가 살아 남겠다'는 마음 없이 살아남을 수 없는 직업이에요.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하고, 내가 주인공이 아니니까 주인공을 빛나게 해주는 스태프 중 하나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이 경력에 새벽 2시 반에 콜타임 2시반. 이게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몸에 배어 들게끔 훈련된 사람들은 그게 어렵지 않거든요. 그게 근성이지 않을까요?

-그렇게 20년 동안 이 일을 해오셨어요. 원동력이 뭔가요?

▶일단 메이크업 자체를 즐기고 좋아해요. 제가 가장 집중할 수 있다는 것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감 자체가 제 원동력인 것 같아요.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고, 제 것이 아닌 남의 것을 저를 통해 완성시켜야 하는 부분이기에 더 책임감이 드는 것 같아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웨딩메이크업의 경우 평생에 여자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순간을 함께하고, 배우들과도 가장 빛나야 하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직업이죠. 영광스럽다고 해야할까요? 감사한 직업이죠.

-단지 원동력만으로 원장님 처럼 탑 아티스트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나요?

▶'사람'인 것 같아요. 이 직업은 사람 마음을 읽어야 하거든요. 기술로만 되는 건 아니에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바로 캐치 해야하고, 내가 시술하는 고객 뿐 아니라 같이 어우러지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알아줘야 하니까요.

대화로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면 마음을 쉽게 읽을 수 있어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기 민낯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사실 메이크업 받을 때가 편안하지는 않아요.많은 돈을 내고 저에게 메이크업을 받으시면서도 긴장을 많이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럴 때마다 "나는 너를 예쁘게 해주는 사람이지, 난 그냥 메이크업 아티스트일 뿐"이라는 걸 통해 편안하게 접근해요. 그렇게 대화를 이끌다 보면 자신의 단점도 편안하게 말씀하시죠.

-김선아, 김효진, 송윤아, 박민영, 천우희, 신세경 등 유명 여배우들을 담당하시잖아요. 여배우가 사랑하는 뮤제네프군요!

▶배우는 헤어 메이크업 보다 연기를 잘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다들 하나같이 연기도 너무 잘하고, 예쁘고.. 인간적이고, 정도 많고, 심성이 착해. 뭐를 하면 올인하는 스타일들?제가 복이 많나봐요 하하하

-일반인, 연예인 메이크업에 회사경영, 제품 출시 등 정말 정신이 없으실 것 같은데요. 원장님의 삶이 화려해보이면서도 그 이면에는 그걸 지탱해주는 뭔가가 있을 것 같아요.

▶책임감, 오기, 욕심 같은 건 타고났어요. 사실 저는 제가 성공했다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이렇게 보여지는 것들은 외형일 뿐이고, 제 생에서 이 브랜드가 끝이 아니길 빌어요. 더 가길 원해요. 그걸 보면 지금 현재 제가 원하는 만큼 올라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가끔 나도 이제 나이를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내 나이가 어때서" 아직 나는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역시 마음의 문제군요. 슬럼프는 없으셨어요? 만약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선배들이 말하길, 1-3-6년차에 슬럼프가 온다고 하셨는데 그걸 잘 넘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방향을 못 잡고 휘둘리는 친구들을 보면 그 다음 슬럼프도 또 그렇게 맞이해요. 매일 힘든 부분이 있지만 슬럼프로 생각하지 않고 넘기는 것 같아요. 슬럼프인들 어쩔꺼야! 넘어가야 되는 건데. 하하.

제 이름이 있고, 직원들, 브랜드도 있으니 프리랜서 때와 현재는 또 달라요. 짊어진 무게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제 성격이 이 분야와 정말 잘 맞는게,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도 금방 훌훌 털어버려요. 오래 가지 않죠. 슬럼프에서 금방 빠져나오는 편이죠.

-메이크업 분야는 트렌드를 잃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바쁜 와중에서도 트렌드를 얻는 곳이 있으시다면요?

▶스태프들이랑 많이 대화해요. 그리고 인터넷으로도 찾아보죠. 유투브 영상도 보면서 '요즘은 이런 컬러를 많이 바르는구나' '실생활에는 이렇게 활용하는구나' 트렌디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젊은 친구들이랑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유투브는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요즘 핫 하다는 정보들은 찾아보는 편 이에요.

-김활란 뮤제네프, 지금은 어느 정도의 단계에 있으신가요?

▶중간에서 상위권 진입을 위해 애쓰는 중인 단계 같아요.

-그 끝엔 뭐가 있을까요?

▶끝은 없을 것 같아요. 살아 남아야 하잖아요. 저는 운과 시기가 좋았고,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혜택이 많았죠. 지금은 굉장히 치열하잖아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훨씬 전략적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남는건 브랜드라고 생각했을 때, 20년간 했던 방법 과는 또 다른 전략으로 살아남아야죠. 제 세대에 제 브랜드가 사라지는 건 원치 않으니까요.

-대표님의 궁극적인 꿈이 궁금해요.

▶아티스트로서는 단단하고 오래갈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고, 제품이나 아카데미 사업도 계속 준비할 거고요. 후배들이 ”f을 때, 롤모델?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배의 모습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거창하게 계획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잖아요. 인간적인 김활란으로의 꿈은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게 제 꿈이에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해주실 말씀은?

▶많은 분들이 평균적인 미의 기준에 자기 자신을 끼워 맞춰서 '내 눈이 너무 작다', '얼굴이 크다' 등등 외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요. 긍정적인 시선이 중요해요. 그 시선이 진짜 아름다움을 만들어요.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기를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시작점이죠. 예쁜 마음가짐, 그게 아름다움 아닐까요?

yangjiyoon@sportschosun.com, 사진=이새 기자 06sej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