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김홍택(24·AB&I)은 이색 경력을 쌓고 있다. 올 시즌 데뷔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스크린골프 G투어를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사실 김홍택은 '스크린골프의 황제'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지난 5월 중순에는 2017년 삼성증권 mPOP GTOUR 정규투어 1차 대회에서 최종합계 15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 첫 승이자 GTOUR 통산 4승째를 챙긴 순간이었다. 김홍택은 "스크린골프도 나름 대회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있다. 처음 카메라를 보고 긴장했는데 자꾸 대할수록 안정되더라. 이 부분이 (필드에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필드와 다른 점은 스크린골프는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다. 또한 바람이나 거리 등 정보가 다 나와 있기 때문에 계산만 잘해서 치면 된다. 하지만 실제 코스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크린과 필드의 차이는 컸다. KPGA 코리안투어 전반기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가장 좋은 성적은 지난 5월 말 열린 2차 카이도시리즈 '카이도 드림 오픈'에서의 공동 33위였다. 김홍택은 "투어 데뷔해서 상반기에 너무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욕심을 버리자 꿈꿨던 필드 우승이 찾아왔다. 김홍택은 27일 부산 기장군의 해운대컨트리클럽 로얄, 실크 코스(파72·7054야드)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카이도시리즈 동아회원권그룹 다이내믹 부산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김홍택은 2위 이근호(34·볼빅)와 맹동섭(30·서산수골프앤리조트)을 6타차로 여유있게 제치고 생애 첫 투어 첫 승을 달성했다.
2~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를 유지한 김홍택은 공교롭게도 우승 경험이 없는 최민철(29) 이성호(30)와 함께 최종라운드에 나섰다. 처음으로 찾아온 우승 기회를 앞두고 긴장과 부담감이 공존했을 터. 그러나 김홍택의 옆에는 든든한 조언자가 있었다. 바로 캐디백을 메고 있는 아버지 김성근씨(50)였다. 김홍택은 "긴장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조언이 많이 도움 됐다. 그래서 욕심 내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15번 홀(파5)을 두고 김홍택은 "쉬우면서 가장 부담되는 홀"이라고 평가했다. 페어웨이가 좁아 장기인 드라이버 티샷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홍택은 4라운드 내내 15번 홀에서 버디를 놓치지 않는 강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홍택은 이번 대회에서 스타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승부 홀마다 300야드에 가까운 장타를 날리며 수많은 갤러리를 흥분시켰다. 김홍택의 시즌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96.521야드로 3위에 랭크 돼 있다. 장타 비결에 대해서는 "무조건 세게 치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장타를 쳤다. 아버지께 처음 골프를 배우면서부터 지금까지도 세게 치고 있다. 컨트롤을 할 때도 샷을 세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시즌 2승 달성과 장타왕을 목표로 삼은 김홍택은 KPGA 코리안투어에 오랜 만에 나타난 '특급 신인'의 자격을 빠르게 갖춰나가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