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서는 축구를 해야 한다. 그게 K리그를 위하는 길이다."
최순호 포항 감독이 늘 해오던 말이다. 선수 시절 명 스트라이커였던 그는 언제나 '공격 앞으로'를 외친다.
때론 부딪히고 깨진다. 최근 4연패가 그랬다. 속절없이 무너졌다. 하위권 대구에 0대3으로 깨지더니 제주에도 2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끈을 놓지 않았다. "분명 앞으로 많이 나가는 만큼 골도 먹게 돼있다. 하지만 팀을 위해 K리그, 팬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게 홈 경기라면 더욱 그렇다."
최 감독은 전남전을 앞두고 '주포' 양동현을 비롯, 김승대 이광혁 심동운을 동시에 기용하는 공격수를 뒀다. 노상래 전남 감독이 경기 전 "포항이 우리를 확실히 잡으려고 나왔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
하지만 경기는 최 감독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른 시간 퇴장이 나왔다. 그것도 믿었던 김승대가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전반 13분 전남의 미드필더 김영욱이 공을 잡는 상황에서 김승대가 발을 높이 들고 들어왔다. 김승대의 축구화 밑바닥이 김영욱의 무릎 부위를 짓눌렀다. 쓰러진 김영욱은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박필준 주심은 VAR(비디오판독시스템) 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결과 퇴장. 박필준 주심은 김승대에게 레드 카드를 들어보였다. 발을 높이 들어올린 난폭행위라는 것. 김승대는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번복은 없었다. 그대로 그라운드를 벗어나야 했다.
치명적인 수적 열세, 거기에 선제골까지 내줬다. 전반 32분 자일에게 실점하며 0-1로 끌려갔다.
보통 1명 적은 팀은 선수비-후역습을 펼친다. 하지만 최 감독은 다른 선택을 했다. 계속 '전진'했다. 최전방에 양동현을 둔 채 퇴장 전과 똑같은 운영을 했다.
0-1로 쳐진 채 시작된 후반, 최 감독이 변화를 꾀했다. 이광혁을 불러들이고 완델손을 투입했다. 하지만 큰 물줄기는 같았다. '공격 앞으로.'
왼쪽 측면에 배치된 완델손은 저돌적인 돌파와 적극적인 중원 가담으로 힘을 불어넣었다.
분위기도 포항 쪽으로 넘어왔다. 서서히 전남 골문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 건 했다. 후반 13분 왼쪽 측면에서 손준호가 차올린 프리킥을 조민우가 헤딩으로 틀어 넣었다. 1-1 동점.
스코어 균형을 맞추더니 선수 숫자까지 맞췄다. 후반 23분 전남 김영욱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10대10 싸움이 됐다.
완벽한 포항의 페이스. 포항은 계속 주도권을 쥔 채 경기를 끌어갔다.
앞만 바라본 최 감독의 포항, 아쉽게 역전극을 쓰지는 못했다. 1대1로 비겼다. 하지만 퇴장에도 공격 일변도로 나섰던 포항의 축구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포항=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