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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 제자리걸음…이통사 '소송 검토' 강경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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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 마련이 제자리걸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이렇다할만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이동통신3사 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의 핵심으로 선택약정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상향조정을 추진 중이다. 당초 기본료 폐지를 내세웠지만 이통업계의 반발로 무산된 만큼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반면 이동통신3사는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매출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정부의 강압적인 통신비 인하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무부처 장관과 통신사 최고경영자(CEO)의 긴급 면담은 소득 없이 끝났고 통신사들은 컨퍼런스 콜에서 공개적으로 정부의 독단적인 통신비인하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좀처럼 정부와 업계 간 의견이 좁혀지질 않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이통업계는 매출 하락 등에 따른 고통분담 관련 당근책이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정책 추진을 위한 합의점 도출할 수 있다고 밝히며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선택약정 할인율 25% 인상안 변경 가능성 낮아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통3사의 반발에도 선택약정 할인율 25% 인상을 수정할 계획은 없는 상태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기본료 폐지의 대안으로 선택한 정책인 만큼 더 이상의 양보는 쉽지 않다. 특히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100분의 5 범위 내에서 요금할인율을 가감할 수 있다고 정한 규정을 바탕으로 이뤄진 정책인 만큼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점을 내세우며 이통3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8일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비율을 20%에서 25%로 높이는 방안에 대한 의견서를 다음달 9일까지 보내달라고 이통3사에 공문을 보냈다. 과기정통부는 의견서를 받는 대로 고시를 개정해 요금할인 확대를 확정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통3사는 의견서에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불가에 대한 입장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별다른 대안 없이 동의할 경우 요금할인의 법적근거가 부족하고, 주주들에게 배임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특히 정부가 할인폭 확대를 강행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도 내부적으로 정한 상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 추진에 대해 공감은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는 동의할 수는 없다"며 "주파수 할당대가가 크지만 그동안 업계의 지원은 미비했다. 정부가 당근책 등 역할분담 방안을 내놓지 않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나설 경우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는 게 이통3사의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 1조원에 달하지만 주파수 경매 대금이 정작 일반 소비자를 위해 사용하는 예산이 적고, 경매대금이 통신 요금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통3사만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통3사에 따르면 선택약정율 인상 관련 100분의 5 범위는 전체의 5%포인트가 아닌 할인율의 5%로 봐야 한다. 현행 할인율 20%의 5%는 1%이기 때문에 정부의 조정 가능한 범위는 19∼21%가 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배 여부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통사들은 요금할인율을 25%로 올리게 되면 지원금을 받는 구매자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어 단통법이 금지하는 소비자 차별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5G통신망 구축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며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에 동의를 할 경우 매출 감소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5G망 구축에 나서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통3사 부정적 여론 부담…정부, '당근 카드' 만지작

이통3사는 정부가 이통사만을 압박만 할 게 아니라 통신비 인하의 부담을 덜어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신광석 KT 전무(CFO)는 지난 28일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통신사뿐만 아니라 정부, 제조사, 포털 등 이해관계자들이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며 "주파수 대가와 전파 사용료 등 각종 기금이 결국 통신비로 충당되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말했고, 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도 컨퍼런스콜에서 "정부 당국에서 합리적인 중재안으로 일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통3사는 정부가 추진 중인 통신비 인하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대기업 횡포'와 같은 싸늘한 여론이 부담스럽다. 매출 하락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설득시키기고 싶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이다. 법적 근거를 내세우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정부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일련의 상황을 토대로 선택약정율 25%인상을 위해 이통3사에 대한 '당근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8일 이통3사 CEO와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당장의 재무적인 문제는 보편요금제 논의 때 보완할 수도 있고, 정부가 5G 상용화 등 통신사의 새로운 사업모델과 수익모델 가속화에 도움을 주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는 가계 통신비 인하에 반대가 아닌 매출 하락 등 일방적 고통 부담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인식, 고통 분담을 위한 당근책을 제시한다면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관련 업계와 정부 간 합의점 도출이 쉬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