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는 그라운드에 서는 모습을 더 자주 보여줄 수 있을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갑작스럽게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된 김현수. 그는 29일(이하 한국시각)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팔리델피아 필리스의 트레이드를 통해 적을 옮겼다. 필라델피아가 투수 제레미 헬릭슨을 보내는 대신 김현수와 투수 유망주 개럿 클레빈저, 그리고 국제 아마추어 선수 계약권을 받아왔다.
하지만 30일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다. 필라델피아는 이날 홈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4대3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필라델피아는 이날 김현수를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켰지만, 경기 출전이 가능한 현역 25인 로스터 등록은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트레이드에 신변 정리를 위한 시간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25인 로스터 등록은 바로 이뤄질 예정이다. 리그 최하위팀 필라델피아에서 볼티모어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꼴찌팀이라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다. 필라델피아 맷 클렌탁 단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설명하며 김현수의 역할을 '벤치 플레이어'라고 정의했다. 백업 역할로 출발한다는 뜻이다. 물론, 기존 주전 외야수들의 기량이 볼티모어 옛 동료들보다 떨어진다는 면에서 김현수가 백업으로 자신의 진가를 잘 보여주면,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필라델피아는 오드벨 에레라(26) 애런 알테르(26) 닉 윌리엄스(24)의 젊은 외야진을 구성하고 있다. 3명 모두 준수한 성적을 기록중이다. 알테르는 16홈런, 46타점을 기록중이고 에레라 역시 9홈런 36타점을 찍고 있다. 김현수도 기회만 받는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기록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그들을 압도할만한 확실한 능력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히 젊은 선수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정리해보면, 김현수 입장에서는 도무지 기회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던 볼티모어를 떠나 분위기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는 됐다. 그러나 볼티모어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건 비슷하다. 오히려 리빌딩중인 필라델피아이기에 유망주들이 활약하고 있는 팀 사정이 김현수를 더욱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첫 선을 보일 때부터 김현수만의 특별한 뭔가를 새 식구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