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했다. 후배들과 다함께 열심히 훈련한 보람이 있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 '미녀검객' 김지연(29·익산시청, 세계랭킹 3위)이 26일 새벽(한국시각) 독일 라이프치히 펜싱세계선수권에서 여자 사브르 사상 첫 은메달을 따낸 후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지연, 황선아(28·이상 익산시청), 서지연(24·세계랭킹 20위), 윤지수(24·세계랭킹 24위, 이상 안산시청)로 구성된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이날 세계선수권 단체전 결승에서 '세계 최강' 이탈리아에 27대45로 패했지만,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사브르 단체전 사상 첫 은메달이었다.
이효근 코치(동의대 감독)가 이끄는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올시즌 단체전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국제대회 개인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성적을 내던 선수들이 단체전에서도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시너지를 냈다. 1월 뉴욕월드컵, 2월 아테네월드컵 단체전 등에서 잇달아 은메달을 따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올시즌 4대회 연속 메달을 따내며, 세계랭킹 3위를 달린 김지연은 대한민국 여자 펜싱 최초, 유일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빠른 발놀림으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스타덤에 오른 후 5년간 대표팀 '에이스'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도 '말번' 에이스로 활약하며 결승에 오를 때까지 승리를 이끌고 지켰다.
한국은 16강에서 중국을 45대27로 꺾은 후 8강에서 미국을 45대41로 이기고 4강에 올랐다. 4강에서 일본을 상대로 45대32로 완승하며 결승에 진출, 은메달을 확보했다.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2006년 김혜림, 2013년 김지연이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지만 은메달은 처음이다. 이번 은메달은 단체전에서 따낸 첫 메달이자, 여자 사브르 세계선수권 출전 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아시아선수권 개인전에서 잇달아 금메달을 따낸 김지연은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치며 '그랜드슬램'을 다음으로 미뤘다. 세계선수권에서도 개인전 동메달, 단체전 은메달을 땄다. 이제 금메달만이 남았다.
'그랜드슬램' 이야기를 꺼내사 김지연은 "결승전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그랜드슬램은 아예 생각도 안했다"고 털어놨다. 팀의 목표를 위해 개인의 욕심은 모두 내려놨다. "생각하면 욕심이 생길까봐,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는데 잘 안풀렸다"며 팀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절친 선후배가 함께 일궈낸 여자 사브르 단체전 사상 첫 은메달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생각지도 못했다. 우리 팀이 한국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을 하고 왔는데, 전부 개인전에서 떨어져서 진짜 속상했었다. 단체전에서는 열심히 하고 온 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