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이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전쟁영화다.
21일 영화권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덩케르크'(크리스토퍼 놀란)이 개봉 첫날인 지난 20일 22만4152며을 동원해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를 지키던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밀어내고 새로운 1위 자리에 앉았다. 시사회 포함 누적관객수는 22만4152명. 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이자 '아바타'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천만관객을 동원했던 외화인 '인터스텔라'의 오프닝 기록(22만7025명)과 같은 수치다.
영화에 대한 호평도 줄을 잇고 있다. 국내외 언론들은 물론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역시 SNS와 온라인 게시판에 '덩케르크'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최고의 역작이자 기념비적인 영화라며 압도적인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금껏 전쟁, 특히 세계 2차 대전을 다룬 영화는 수없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전쟁영화 '덩케르크'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 중 하나는 뭘까.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새롭다'는 점이다. 수많은 레퍼런스와 클리셰를 따르지 않는 '덩케르크'는 기시감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전쟁영화다.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수많은 전쟁영화는 전쟁의 참혹한 실상과 처절한 전쟁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전쟁에 참전한 군인을 비롯해 민간인들이 총과 칼에 맞아 잔혹하게 살해되는 장면을 보여줬다. 영화의 '러얼리티'를 강조됨에 따라 살과 뼈가 튀는 장면들을 더욱 사실적으로 그려내기 시작했고 그를 통해 '전쟁이 이만큼 잔인한 것이다'라는 주제를 강조했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2차 세계 대전 배경의 영화 '핵소 고지'(멜 깁슨 감독) 역시 그랬다.
하지만 '덩케르크'는 다르다. 전쟁영화이니 만큼 적진의 총에 맞는 군인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이들의 죽음을 강조해서 표현하지 않는다. 총에 맞지만 뼈와 살이 튀고 육신이 뭉개지는 장면은 담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덩케르크'는 전쟁의 참혹함과 폭력성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자아내는 한스 짐머의 김장감 넘치는 음악,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재현해낸 덩케르크라는 공간, 실제 전투기 시핏파이어를 타고 촬영한 공중전, 살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아군의 함선만 기다리는 군인들의 겁 먹은 눈과 긴 전쟁에 지친 그들의 어깨, 확신과 이성적인 판단을 잃어가는 군인들의 모습 등은 오히려 이 전쟁이 얼마나 두렵고 끔찍한 것인지를 관객들이 직접 체험하게 만든다.또한, '덩케르크'에는 감정 과잉이 없다. 전쟁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생이별을 하게 된 절절한 가족들의 뒷이야기도, 가족보다 가까웠던 동료를 잃고 포효하는 군인들도, 클라이막스에서 흘러나오는 듣기만 해도 눈물을 나올 것 같은 절절한 오케스트 음악도 없다.
오열 등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도 '덩케르크'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개인적인 사연이 없을 뿐더러 그런 사연을 털어놓을 수 있을 만큼의 대사의 양도 없다. '덩케르크'는 오로지 이 전쟁과 이 상황에 놓인 상황 그 자체만 주목한다.
하지만 '덩케르크'는 그 어떤 전쟁영화 보다 묵직한 감동을 준다. 덩케르크에 고립된 군인들을 실어 나르기 위한 민간 선박이 바다 저 편에서 보일 때, 그 모습을 본 위넌트 대령이 미소를 지을 때는 전쟁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엄청난 감동이 밀려온다.잔혹한 학살 장면 없이도 이렇게나 두려우며 감정 과잉 없이도 이렇게나 뭉클한 전쟁영화 '덩케르크'. 실존적 고뇌에 휩싸였던 배트맨을 그려낸 '다크나이트'로 히어로 영화의 새 이정표를 세웠던 크리스토퍼 놀란은 '덩케르크'로 전쟁영화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한편,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배경으로, 덩케르크 인근 해안에 고립된 영국군의 극한 생존과 탈출을 그린 영화다. 핀 화이트헤드, 케네스 브래너, 마크 라이런스, 킬리안 머피, 톰 하디 등이 출연하며 오는 20일 2D, IMAX 2D, 4DX 버전으로 전국에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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