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타자로 우뚝 선 구자욱은 삼성 라이온즈의 '현재'이자 '미래'이다. 올 시즌이 끝나고 이승엽이 은퇴하면, 팀의 얼굴로 타선을 이끌어야할 자원이다. 지난해까지 컨택트 능력이 뛰어난 타자였는데, 올해는 장타력까지 업그레이드했다. 스프링캠프 때 선배 이승엽은 구자욱이 올시즌 20홈런 이상을 때릴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한다. 후배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장타에 대한 책임감 내지 부담감 때문인지, 구자욱은 시즌 초반 잠시 흔들린 적도 있다.
구자욱이 큼직한 '한방'으로 팀의 후반기 첫승을 이끌었다. 19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 3번-우익수로 출전한 구자욱은 6회초 시즌 16호 2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무사 2루, 볼카운트 3B1S에서 롯데 선발 송승준이 던진 가운데 낮은 포크볼을 때려 문수야구장 한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0-0 균형을 깨트린 '한방'이다. 이 홈런으로 구자욱은 다린 러프(17개)에 이어 이승엽과 함께 팀 내 홈런 공동 2위가 됐다.
지난해 14홈런을 넘어 한시즌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을 고쳐쓰고 있다. 5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친 송승준은 구자욱에게 홈런을 내준 후 1사 1루에서 교체됐다.
당연히 구자욱이 홈런을 치면 팀 승리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구자욱이 홈런을 때린 15경기에서 삼성은 8승1무6패를 기록했다. 4할 안팎을 맴도는 팀 승률보다 높다.
경기는 중반까지 평온하게(?) 흘러갔다. 5회까지 0-0 평행선. 롯데 송승준은 5회까지 3안타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1회, 3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고, 2회 2사후 2루타, 4회 1사후 안타, 5회 2사후 안타를 내줬으나 후속타자를 삼진 3개를 곁들여 깔끔하게 눌렀다. 5회까지 투구수 86개. 6회 구자욱에게 홈런을 내주기 전까진 완벽했다.
삼성 선발 재크 페트릭은 5회 2사까지 무실점 호투를 하다가,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다. 5회말 무사 1루에서 문규현이 친 투구 앞 땅볼 타구를 1-6-3 병살타로 연결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번트 타구를 2루로 송구한 후 옆구리 통증이 나타났다. 4⅔이닝 3안타 3볼넷 2탈삼진 무실점에 투구수 69개. 급하게 등판한 최충연은 연속 안타를 내주고 2사 1,2루 위기에 몰렸으나 이대호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선발 투수의 갑작스런 강판에도 불구하고 삼성 불펜은 차분하게 자이언츠 타선을 봉쇄했다.
삼성 4번 러프는 2-0으로 앞선 8회초 우월 1점 홈런을 때려 팀 승리를 바짝 끌어왔다. 삼성의 3대0 영봉승.
울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