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왜 제주의 연고이전 루머가 나왔는지부터 살펴보자.
경기도 용인시는 프로축구팀을 유치하고 싶어한다. 용인시는 총사업비 3146억원 을 투입해 용인시민체육공원을 조성했다. 시민체육공원에는 3만7155석 규모의 주경기장이 포함돼 있다. 11월 개장 예정이다. 용인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시민체육공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프로축구단 유치를 추진중이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창단'이 아닌 '유치'라는 사실이다. 창단에는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곧바로 1부리그(K리그 클래식) 출전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창단팀은 챌린지에서 뛰게 돼 있다. 때문에 용인시는 창단이 아닌 기존 팀을 유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용인시가 원하는 옵션을 충족시킬 팀은 많지 않았다. 일단 클래식에 속해 있어야 하고, 연고와 밀착도가 약해야 한다. 대구, 인천, 광주, 강원 등 시민구단은 당연히 리스트에서 빠졌고, 기업구단 중 확실한 연고가 있는 포항, 전남, 울산 등도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제주, 상주 등이 물망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제주는 내년 1월31일 서귀포시와 연고계약이 만료된다. 용인시와 제주 사이에 접점도 있었다. 스포츠조선 취재결과 용인시 관계자는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에 참석한 후 제주 구단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간 것은 아니지만, 분명 용인시는 제주 구단에 관심을 보였다. 제주가 용인시 연고이전설에 휘말린 배경이다.
그렇다면 이제 제주 구단의 속내를 알아보자.
제주는 이번 연고이전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연고이전에 관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석수 대표이사는 "당사자 중 이전 혹은 해지에 대한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그대로 계약이 연장된다. 용인시가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을지는 모르지만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우리가 먼저 해명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그랬다. 제주는 2016년 1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SK하이닉스가 있는 경기도 이천시로의 연고이전 루머가 돌았다. 당시에도 제주는 이렇다할 해명 대신 재계약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제주는 올 시즌 종료 후 재계약 협상 테이블을 차릴 예정이다.
내부 반응을 종합해보면 제주 구단은 제주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도 "제주도와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프런트 역시 잔류를 확신하고 있다. 연고이전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모기업의 반응도 비슷하다. SK스포츠단을 총괄하는 관계자는 "이미 한차례 연고이전을 통해 홍역을 치렀다. 제주 정착을 위해 투자도 많이 했고, 어느 정도 이미지를 만든 상황에서 무리하게 떠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결론은 나왔다. 제주는 연고 잔류를 원한다. 이제 공은 제주도에게 넘어갔다.
제주도청 관계자 역시 "제주 구단의 잔류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도 제주 구단이 계속해서 제주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제는 양 측 간 이견이 있다는 점이다. 제주는 현재 연고지 여건, 특히 관중 동원 문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제주는 그간 관중 동원을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2014년엔 대통령 표창인 스포츠산업대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관중 동원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전면 유료화를 선언한 올 시즌에는 성적향상에도 불구하고 관중수가 더 줄었다. 서귀포시의 적은 인구와 제주월드컵경기장의 부족한 접근성은 프런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제주 구단은 이에 대한 지원을 원하고 있다. 단순한 이벤트 유치 혹은 행정적 지원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제주 구단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제주시로의 이전이다. 제주시는 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아 제주의 고민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매시즌 제주 성적의 발목을 잡는 지긋지긋한 여름징크스, 원정징크스까지 해소할 수 있다. 문제는 경기장이다.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르기도 했던 제주종합운동장은 항공기 이동문제로 조명탑을 세울 수 없다. 제주시에 있는 여러 구장을 리모델링 할 수도 있지만, 베스트는 1만에서 2만명 규모의 전용구장을 짓는 것이다. 물론 여러가지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제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제주 구단의 연고이전설은 매 재계약 기간마다 반복되고 있다. 문제를 원천봉쇄하는 길은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 실행하는 것 뿐이다. 결국 키는 제주도가 쥐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