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거래 증가로 은행들의 점포 감축이 이어지면서,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야 하는 노년층 등 이른바 '디지털금융 소외 계층'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2012년 7698개에 달했던 은행 영업점포수는 지난해 말에는 7103곳개로 집계됐다. 5년도 안돼 600개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은행 점포 175개가 줄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2년 이래로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읍·면·동이 3503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까운 동네 은행 점포를 찾을 수 없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전체 7103개의 점포 중 1899개는 서울, 547개는 부산 등 대도시에 몰려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 금융소비자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은행 점포 수 감축과 함께 은행 임직원 수도 급감하고 있다. 은행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현재 11만4775명으로 전년인 2015년 말의 11만7023명보다 2248명 줄었다. 이는 2010년 2372명이 줄어든 이후 6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으로 돈을 뽑을 수 있는 현금인출기(CD기), 현금자동입출금기(ATM기) 등 자동화기기 수 또한 급감했다. 은행권의 자동화기기 수는 지난해 말 4만8474개로 전년 말(5만1115개)보다 2641개 줄었다. 2003년 이래로 연간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감소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우려의 중심에 선 곳이 씨티은행이다. 씨티은행은 디지털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이번 달부터 국내 지점 126개 중 80%에 해당하는 101개를 폐점하고 25개만 남길 계획이다. 씨티은행은 이미 지난 7일 5개 지점을 시작으로 이번 안에 35개 지점 폐쇄에 돌입했다. 향후 101개 점포를 모두 폐쇄하면 경상남도와 충청남도와 충청북도, 제주도, 울산광역시에서는 씨티은행 점포가 아예 사라진다. 대신 씨티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자산관리 점포 가운데 최대급인 '서울센터'를 개점하고 이곳에 직원 약 90명을 배치했다. 씨티은행은 앞서 자산관리 전문점인 반포·청담센터의 문을 연 데 이어 도곡·분당센터 개점도 앞두고 있어 '부유층 집중 공략'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은행들은 점포 감축이 수익성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정치권, 소비자 단체들을 중심으로 이같이 급격한 은행 점포의 감축은 금융의 공공성에 역행하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이른바 부자 고객만을 대상으로 영업하면서 금융 취약계층인 지역민과 노년층이 겪을 피해를 외면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60대와 70대 이상의 인터넷뱅킹 이용자 비율은 각각 14.0%, 4.3%에 불과했다. 노인들은 지점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창구를 이용하다 보니 각종 수수료도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보다 더 많이 물어야 한다. 또한 시중은행은 창구에서 예금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에게는 인터넷·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이들보다 0.1∼0.2% 포인트 정도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대출의 경우 반대로 높은 금리를 적용하기도 한다. 매장을 직접 찾은 노인들이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한 젊은이들보다 같은 상품을 비싸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슷한 현상이 금융 거래에서도 발생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역시 디지털 금융에서 소외된 계층이다. 각종 인터넷 홈페이지나 앱에서 음성 서비스가 지원되고 말하는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도 나왔다고는 하지만, 주변의 도움 없이 은행 거래를 하기에는 아직도 불편하다. 지난 3월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충북대학교 모비즈랩에 의뢰해 나온 '국내 금융 및 전자정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중증장애인의 은행 모바일 앱 접근성 점수는 평균 55.8점(100점 만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지점 신설이나 폐쇄 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게 하고, 은행업 인가 요건 중 전국 점포망 유지 등을 추가해 매년 심사를 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은행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