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한국 배드민턴이 14년 만에 만리장성을 넘고 세계를 제패했다.
강경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배드민턴대표팀은 28일(한국시각)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벌어진 제15회 세계혼합단체 배드민턴세계선수권대회 결승서 최강 중국을 게임 스코어 3대2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2003년 제8회 네덜란드 대회 이후 14년 만의 쾌거다. 그동안 중국이 6회 연속으로 정상을 지켜왔다. 세계혼합단체선수권은 수디르만컵으로 불리는 전통의 국제 배드민턴대회로 1989년 인도네시아에서 자카르타에서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과 함께 열리는 격년제 대회로 창설됐다가 2003년 제8회 대회부터 분리해서 열리고 있다.
국가 대항전으로 남단, 여단, 남복, 여복, 혼복 등 총 5게임을 치러 3선승제로 승자를 가린다. 한국은 이번에 대만, 러시아와 함께 B조에 편성돼 8강에 진출한 뒤 대만과 태국을 연파하고 4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4년 전 한국에 분패를 안긴 숙적 중국. 작년 리우올림픽 이후 이용대 등이 은퇴하면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한국으로서는 만리장성의 벽을 또 넘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남아 있는 여성 베테랑과 신세대의 조화가 기적같은 일을 이뤄냈다.
1번 주자로 나선 남자복식의 신생조 최솔규(한체대)-서승재(원광대)가 0대2로 패배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국내 여자단식의 대들보 성지현(MG새마을금고)이 가만 있지 않았다.
성지현은 허빙쟈오와의 2번째 경기에서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하며 2대0(21-12, 21-16)으로 승리하며 균형을 맞췄다. 그래도 만리장성 격파의 길은 험난했다. 3번째 남자단식 주자로 나선 전혁진(동의대)이 세계 최강 첸룽에 다시 0대2 완패를 당하면서 승운이 중국으로 쏠렸다.
이 때 다시 베테랑이 나섰다. 한국을 구한 이는 '우먼파워'의 선봉 장예나(김천시청)-이소희(인천공항공사)였다.
지난 3월 최고 권위의 대회 전영오픈 여자복식에서 한국에 5년 만의 금메달을 안긴 장예나-이소희는 첸칭첸-쟈이팡과의 4경기 주자로 나서 1세트부터 접전을 펼치다가 21-19로 신승을 거두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1세트 기선제압의 자신감은 2세트서 제대로 발현됐다. 2-2까지 시소게임을 하다가 연속 포인트로 리드를 잡은 장예나-이소희는 이후 거침없었다. 한때 2점차로 쫓겨도 금세 달아나는 등 완급 조절을 완벽하게 구사하면서 21-13으로 가볍게 승리, 게임 스코어 2-2로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운명의 마지막 혼합복식에는 최솔규-채유정(채유정)이 나섰다. 최솔규-채유정은 혼합복식의 차세대 주자로 2년여 전부터 키워왔던 유망조였지만 이번 대회 준결승까지 기복이 다소 심했다.
그러나 이들 둘은 중국의 신생조 루카이-후앙야치옹조를 맞아 전혀 기죽지 않고 2대0(21-17, 21-13)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1세트 후반 한때 접전을 펼쳤지만 막판 집중력이 좋았고, 2세트 들어서는 여유있게 대미를 장식했다.
한국의 이번 우승은 대표팀 수석코치였던 강경진 감독을 중심으로 새출발한 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도전한 세계선수권에서 만들어 낸 대단한 성과물이다.
강경진 감독은 "선수들의 세대교체가 완성되지 않은 가운데 사실 베스트 전력이 아닌데도 우승을 달성하게 돼 기쁘다"면서 "특히 세계대회에 처음으로 짝을 맞춘 어린 선수들이 역할을 다해줬고, 어려울 때 선수들의 정신력이 특히 빛났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